소설가 신경숙씨의 단편 ‘전설’의 한 부분이 일본의 한 소설과 흡사하다는 표절 의혹이 제기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16일 소설가 겸 시인인 이응준씨는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블로그에 「우산의 어둠, 문학의 타락」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시해 신씨의 소설 일부가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의 번역본을 표절했다고 주장했다. (☞ 이응준 소설가 글 보러가기)

이씨는 글을 통해 ‘우국’에서 “두 사람 다 실로 건강한 젊은 육체의 소유자였던 탓으로 그들의 밤은 격렬했다. 첫날밤을 지낸 지 한 달이 넘었을까 말까 할 때 벌써 레이코는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고, 중위도 그런 레이코의 변화를 기뻐하였다.”(‘금각사, 우국, 연회는 끝나고’ 233쪽)라는 부분을 언급했다.

‘우국’의 이 부분이 신씨의 소설 ‘전설’에서는 “두 사람 다 건강한 육체의 주인들이었다. 그들의 밤은 격렬하였다. 첫날밤을 가진 뒤 두 달 남짓, 여자는 벌써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 여자의 변화를 가장 기뻐한 건 물론 남자였다.”(‘전설’ ‘오래전 집을 떠날 때’ 240~241쪽)로 바뀌었다는 것.

▲ 호암상 예술상 수상하는 신경숙 소설가<사진제공 = 뉴시스>

이씨는 특히 미시아의 작품을 번역한 시인 김후란이 “‘사랑의 기쁨을 알았으며’라는 밋밋한 표현을 ‘기쁨을 아는 몸이 되었’다라는 유려한 표현으로 번역했다”며 “이러한 언어조합은 (중략) 의식적으로 도용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튀어나올 수 없는 문학적 유전공학의 결과물인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순전히 ‘다른 소설가’의 저작권이 엄연한 ‘소설의 육체’를 그대로 ‘제 소설’에 ‘오려붙인 다음 슬쩍 어설픈 무늬를 그려 넣어 위장하는’, 그야말로 한 일반인으로서도 그러려니와 한 순수문학 프로작가로서는 도저히 용인될 수 없는 명백한 ‘작품 절도행위-표절’인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씨는 또한 신씨의 지난 표절시비에 대해서도 언급하기도 했다. 이씨는 “신경숙은 단순한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니다. 한국문단 최고의 권력이기도 하다”며 “신경숙의 표절에 대한 한국문단의 ‘뻔뻔한 시치미’와 ‘작당하는 은폐’는 그 이후 한국문단이 여러 표절사건들에 대한 단호한 처벌을 내리지 않는 악행을 고질화, 체질화시킴으로서 한국문학의 참담한 타락을 가져오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소설과 홍형진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신경숙의 표절을 고발하는 글을 읽고 좀 충격을 받았다”며 “표절논란을 대해 온 일련의 태도 때문이 기분이 상당히 참담해졌다”고 밝혔다.

홍씨는 “1999~2000년에 크게 불거졌지만 그리 머지않은 2003년에 동아일보 신춘문예, 2004년에 이상문학상 심사위원을 지냈다는 건 그냥 없었던 일로 취급했다는 것”이라며 “표절논란이 있는 작가가 여러 굵직한 문학상의 심사위원을 도맡으며 ‘절대권력’이라는 말가지 듣는 건 정말이지 한국에서만 가능하지 않을까”라고 지적했다.

▲ 2012년 유니세프 친선대사로 선정된 신경숙 소설가 <사진제공 = 뉴시스>

국내 베스트셀러 작가의 표절 의혹 제기에 네티즌들의 반응들도 다양했다. 이들은 “작가로서 큰 타격이네요. 한 획을 그으셨다지만 이럴수록 더 엄중한 처벌 부탁드립니다”(hoyu****), “마치 레포트 짜깁기해서 낸 것 같네요”(neko****), “다른 작가의 글들은 못 읽어본 나는 신경숙의 소설을 좋아했었다. 부끄럽고 치떨리는 배신감이 든다”(bovj****),

“이건 충격을 넘어 역겹다.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넘어간 문단이라는 집단 전체가 역겹다”(gty4****), “다 표절이야 노래도 표절 소설도 표절 드라마도 표절. 어릴 때부터 주입식 교육에 미쳐있는 나라에서 무슨 창의적인게 나올 리가 있나”(soia****) 등의 반응들이 잇따랐다.

한편, 신씨는 이날 ‘전설’의 출간사인 창비를 통해 “오래전 (해당 작가의) ‘금각사’ 외엔 읽어본 적 없는 작가”라며 “이런 소란을 겪게 해 독자분들께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고 입장을 밝혔다.

신씨는 “표절 의혹이 제기된 대상 작품인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을 알지 못한다”며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