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국무회의 안열려…국회선진화법에 새누리도 애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지 열흘 남짓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있다.정례 국무회의는 열리지 못했으며 박 대통령의 공식일정도 며칠간 없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두고 청와대와 야당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야당을 압박하기 위한 ‘태업’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6일자 신문을 통해 전날 ‘조용했던’ 청와대의 모습을 전했다. 이 신문은 “박근혜 대통령 일정과 새 정부 국정운영을 알리기 위한 브리핑은 한 차례도 없었다”며 “춘추관은 ‘공식 일정이 없다’는 한마디 공지사항을 빼면 종일 적막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28일에 이어 휴일이었던 이달 2일과 3일, 대국민 담화 발표 다음날인 5일에도 박 대통령의 별다른 공식일정은 없었다. 매주 화요일 열려야 할 정례국무회의도 소집되지 않았다. 지난달 26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국정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클 수밖에 없는 상태인 셈이다.
그러나 청와대 측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늦어지는 것을 ‘국정공백’의 이유로 지목하는 분위기다. <한겨레>는 “청와대 관계자도 ‘정부조직법이 국회에서 저런 상황인데, 지금 국무회의를 열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느냐’고 날선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구현할 장관이 한 명도 임명되지 못한 상태에서 여는 국무회의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며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기 전까지는 정상적인 국무회의 진행은 사실상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무회의 개최여부는 정부조직개편안과는 별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지난달 26일 취임한 상황에서 적어도 5일 국무회의는 진행할 수 있지 않았느냐는 지적이다. 전 정부에서 임명한 국무위원들이기는 하지만 각 부처 장관들도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전 정부 장관들이 참석하는 국무회의가 마뜩잖을 수도 있다. 그러나 전례는 있다. 지난 2008년 이명박 정부 출범 초기에는 참여정부 출신 장관들이 참여하는 국무회의가 열려 각종 안건들이 처리됐다. 어찌보면 현 상황보다 더욱 ‘불편한 동거’였던 셈이다.
이와 관련,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중앙부처의 한 고위공무원은 “정책방향과 관계없이 국무회의에서 처리해줘야 할 안건들이 많다”며 “새 정부가 보기엔 급한 현안이 아닐지 몰라도 부처 입장에선 의결이 미뤄진 안건 때문에 줄줄이 손을 놓고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은 애매한 입장이 돼버렸다는 지적이다. 정부조직개편안 처리를 야당과 논의 중인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4일 ‘분노의 대국민 담화’를 내놓아 야당과의 틈새가 더욱 벌어졌기 때문이다.
당 내 소장파인 김용태 의원은 5일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사실 국회에서 여야 간 협상이 거의 막바지에 왔다”며 “거의 타결까지 가지 않겠는가 생각했는데 대통령 담화 때문에 그것이 조금 어려워지지 않았나 싶다. 너무 강수를 둬서 야당을 궁지에 몰지 않았나, 이런 아쉬움은 있다”고 언급했다.
원내 다수당으로서 이전 같으면 국회의장 직권상정도 고려해봄직한 상황이지만 이른바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이마저도 어렵다.
지난해 5월 개정된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천재지변이나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의 경우,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가 아니면 직권상정에 나설 수 없다. 각 교섭단체와 합의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지만 야당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만무하다.
이와 관련, 친박계 유기준 최고위원은 6일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출연해 “여당이 과반의 의석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그런 사정이기 때문에 좀 더 제도를 보완한다든지 아니면 다른 법 개정을 통해 이런 것이 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일단, 새누리당은 단독으로 3월 임시국회 소집에 나선 상황이다. 신의진 원내대변인은 5일 브리핑을 통해 “정부조직법 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 임시회 소집요구서를 민주당과 함께 제출하자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에 불응했다”며 단독 소집 이유를 설명했다.
또한, 신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은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무작정 지연하거나 새 정부의 출범을 발목 잡으려는 의도가 자꾸 들어나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며 “민주당은 말로만 새 정부의 원만한 출범을 돕겠다고 하지 말고 실제 국회에서 행동을 통해 그 진정성을 보여달라”고 촉구했다.
한편, 김용태 의원은 6일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대통령이 새로운 정치환경에 맞는 정치모델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게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고착화돼버린 것 같다”며 “지금이라도 야당을 국정파트너로 삼아 새로운 정치환경에 맞는 모델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