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청학련·오적필화 사건’으로 1970년대에 6년4개월의 옥살이를 한 시인 김지하씨에게 국가가 15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확정됐다.

앞서 지난달 8일 서울고법 민사2부(부장판사 김대웅)는 김씨와 그의 배우자 및 아들이 “옥살이로 인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배상하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국가가 15억여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국가 측을 대리하는 서울고검 관계자는 26일 “이길 확률이 낮거나 선례를 만들 사건이 아니라고 판단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고 밝혔다. 서울고검의 상고 포기로 이번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

당시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민청학련 사건 수사 과정에서 최소한의 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고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수반되는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이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보장해야 할 국가의 사법기관과 소속 공무원이 오히려 공권력을 악용해 의도적으로 인권 침해 행위를 자행한 특수한 불법 행위”라고 판시했다.

김씨는 지난 1970년 재벌과 국회의원, 고급 공무원 등의 행태를 풍자하는 ‘오적’을 사상계 5월호에 발표했다가 반공법 위반으로 100일의 옥고를 치룬 바 있다. 1974년에는 민청학련 사건의 배후로 지목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사형을 선고 받고 수감되는 등 1980년까지 총 6년4개월의 옥살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