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가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입법 예고한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했다. ©go발뉴스(강주희)

이석태 위원장은 “특별법 시행령안은 세월호 특위의 업무와 기능을 무력화시키고, 행정부의 하부 조직으로 전락시킬 의도가 명확하다”며 “법이 정한 진상규명은 물론, 안전사회 건설에 필요한 활동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라고 비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7일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특위가 지난달 17일 정부에 최종 특위 시행령안을 제출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그러나 특위가 요구한 안과는 많이 달랐다. 정원 축소는 물론 직제와 예산이 대폭 줄어들었다. 특위의 ‘주춧돌’격인 세월호 특별법 15조가 퇴색된 구성안이었다.

특위는 이날 정부가 발표한 시행령안에 대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특위는 정부 시행령안이 ▶세월호 특별법의 입법목적과 취지에 위배되며 ▶특위 기능을 무력화 하고 ▶독립성을 훼손시킨다고 지적했다.

특위가 배포한 자료집에 따르면 정부는 특위가 요구한 사무처 3국 1관(진상규명국·안전사회국·지원국·기획행정담당관)을 1실 1국 2과(기획조정실·진상규명국·안전사회과·피해자지원점검과)로 수정했다. 120명이었던 특위 정원은 30명이 줄어든 90명으로 축소했다.

▲ 박종운 세월호 특위 상임위원은 세월호 특위 시행령안과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을 비교하고 있다. ©go발뉴스(강주희)

특히 핵심 업무를 맡은 진상규명국은 규모가 줄어들었다. 특위는 진상규명과 산하에 조사기획과, 자료정보과, 조사 1·2과 설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를 조사 1·2·3과로 축소했다. 이 중 조사 1과는 파견공무원이 진상규명조사를 총괄해 ‘고양이에 생선을 맡기는 격’이 된다.

반면 특위의 예산과 인사 등을 담당하는 기획행정담당관은 기획조정실로 격상됐다. 정부는 기획조정실장에게 ‘위원회 업무 종합 및 조정’, ‘각 소위원회의 업무 분야 종합 기획 및 조정’ 등의 기능과 권한을 부여했다. 핵심 직위급인 기획조정실장 자리에는 정부 파견 공무원이 배정될 것으로 보인다. 특위가 독립성을 위해 강조한 사무 분리 조항은 삭제됐다.

이에 권영빈 진상규명 소위원장은 “정부 시행령안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고위공무원인 기획조정실장이 운영하는 특위가 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정부안은 특위 정신과 어긋나며, 법령의 자격조차 갖지 못한 휴지 조각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내내 굳은 표정을 짓던 이 위원장도 정부안에 반박을 제기했다. 그는 “특위 활동기간 구성 후 최장 1년 6개월에 불과함을 감안하면 업무량과 직무를 분석하고 관련 예산을 반영하다가 활동이 종료된다”며 “실질적으로 추가 증원은 불가능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대로라면 정부가 특위의 독립성을 침해할 여지가 크다는 게 특위의 판단이다.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와 정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 직제 비교. ⓒ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자료집

파견 공무원의 중심 구조도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안에 따르면 기획조정실장에는 해양수산부 파견 일반직 공무원이 임명된다. 각 핵심직위인 기획총괄담당관(해수부 3·4급), 운영지원담당관(기획재정부 4급) 조사1과장(법무부 4급), 안전사회과장(국민안전처 4급)에 파견 공무원을 배정할 예정이다.

이에 특위는 “파견공무원과 민간인 비율을 42대 43이나, 비서가 기사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 채용 8급 4명을 제외하면 43: 39로 공무원 수가 우위”라고 지적했다.

공무원 파견 인력 중 가장 많은 부서는 해수부로 총 9명(21.4%)이다. 해경이 소속된 국민안전처는 그 다음으로 많은 8명(19%)으로 두 번째로 많다. 법무부와 행정자치부가 5명, 경찰청 4명, 감사원 3명 등으로 총 42명이다.

박종운 세월호 특위 상임위원은 “특위의 제1차 조사대상기관인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 공무원이 실시한 조사결과를 누구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안은 항간에 떠도는 ‘세월호 특위 방해 시행령’이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부 시행령안 국무회의에 통과될 경우 특위는 위법 무효 확인 소송과 각종 법적 절차를 준비할 예정이다. 이석태 위원장은 “특위가 사무실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며 “국민들을 만나 이야기 하고, 여야 대표들에게 문제의 심각성을 알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특위는 이날 기자회견 후 오후 2시 4.16가족협의회와 만나 정부의 시행령안에 대한 논의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