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과 대법관이 퇴임 후 곧바로 로펌 등으로 자리를 옮겨 대법원 사건을 수임하지 못하게 하는 이른바 ‘전관예우’ 관행을 엄격히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1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정의당 서기호 의원이 대표발의한 ‘변호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퇴직 대법원장 및 대법관(이하 ‘퇴직 대법관등’)에 대한 전관예우를 엄격히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서 의원은 “사법부에서 가장 큰 명예와 권위를 가진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로 개업해 그 지위를 사건 수임에 이용하고 재판에 활용한다면, 국민들이‘유전무죄 무전유죄’와 같은 사법 불신을 당연시 여기게 된다”고 지적하고 “재판이 권위와 돈에 좌우되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 퇴직 대법관에 대한 전관예우를 엄격히 금지해야 한다”며 법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퇴직 대법관의 전관예우가 문제시 되고 있는 이유는 대부분 대형로펌 등에 취업해 활동하면서 수임한 사건에 대해서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고액 수임료 등을 받기 때문이다. 또한 현행과 같이 퇴직 대법관에게도 일반 법관과 동일하게 퇴직 후 1년 동안 퇴직한 기관의 사건수임으로만 제한하는 것은 수임제한 기간 및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하다는 비판이 제기되어 왔다.

때문에 서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에는 대법원장 또는 대법관 직에 있다가 퇴직하여 변호사 개업을 한 자는 퇴직한 날부터 5년 동안 변호사 2명이상의 법률사무소를 개설할 수 없도록 했다.

또 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의 구성원 및 구성원이 아닌 소속변호사가 될 수 없도록 하고, 퇴직한 날부터 3년 동안, 대법원이 처리하는 사건을 수임하거나 그 외의 사건을 다른 변호사와 공동으로 수임할 수 없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시켰다.

▲ ⓒ go발뉴스(나혜윤)

서 의원은 “대법관의 사법부 내에서의 권위와 위상을 고려할 때, 전관예우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일반법관보다 엄격한 수준에서 로펌 등에의 취업 등을 제한하고, 수임제한 기간 및 범위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 의원은 “이번 개정안은 대법관에 대한 전관예우 금지를 통해 사법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일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라면서 신속한 국회 논의를 촉구했다.

한편, 지난 2008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시절 ‘촛불재판’사건에 개입해 재판의 독립성을 침해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신영철 대법관이 17일 퇴임하는 가운데 퇴직 대법관에 대한 전관예우를 금지해야 된다는 여론이 증폭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