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80년 ‘사북 노동항쟁’의 당시 주동자로 몰려 징역형을 선고받은 이들에 대해 법원이 35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11일 서울고법 형사6부(재판장 김상환)는 사북항쟁을 주도했다는 이유로 각각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원갑 씨와 신경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 씨 등은 광산노조 본부에 요구사항을 전달하거나 탄원서 제출 등에 관해 논의했을 뿐 계엄포고령이 금지한 불법 집회를 했다고 볼 수 없다”며 “경찰과 광부들 사이에서 중재하는 역할을 담당해, 소요를 선동한 점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경찰과 군검찰이 20여일간 불법 구금하고 물고문과 구타로 받아낸 허위 자백은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 사북항쟁을 보도한 당시 <매일경제> 기사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사북 노동항쟁은 1980년 4월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에 위치한 동원탄좌 사북광업소에서 노동자들의 시위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광부들은 회사 입장에 서서 임금인상을 결정한 어용노조의 위원장에게 사퇴를 촉구하며 투쟁을 벌였고, 이를 진압하던 경찰들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광부 2명이 경찰차에 깔려서 부상을 입었다. 이에 흥분한 광부 노동자들이 노조지부장의 집에 쳐들어가 기물을 파손하고 그의 처에게 폭행을 가했다.

결국 경찰과 충돌해 경찰관 1명이 숨지고, 경찰과 민간인 160명이 다쳤다. 이후 이 씨 등의 중재로 광부들과 사태 종식에 합의했다.

하지만 당시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단은 사건을 ‘광부 난동사건’으로 규정하고 노사 간 합의를 파기했다. 이어 불법 연행과 무자비한 고문 수사 끝에 31명을 구속 기소하고 50명을 불구속 기소하는 등 81명을 군법회의에 송치했다.

이후 2005년 이 씨와 신씨는 2005년 민주화운동 관련자로 인정받았다. 또 2008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는 “계엄 당국이 과도한 공권력으로 노사정 합의를 일방적으로 무시함으로써 지역공동체를 파괴하고 공권력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국가는 당시 연행·구금된 관련자와 가족들에게 인권침해와 가혹행위에 대해 사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