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정치민주연합 설훈 의원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21일 서울고법 민사12부는 설 의원과 그의 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1억4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던 원심을 깨고 원심 패소로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영장 없이 체포·구금해 수사를 진행하고 유죄 판결을 선고했다고 하더라도 당시에 긴급조치가 위헌·무효임이 선언되지 않았던 이상 이를 불법행위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결했다.

이어 “재심에서 무죄 판결이 확정됐다는 사정만으로는 이전에 복역했던 것이 곧바로 국가의 불법행위로 인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설령 수사과정에서 가혹행위 등 위법 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런 행위와 유죄 판결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고 국가 배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의 이러한 판결은 대법원이 지난해 10월 말 긴급조치(유신헌법 비방 금지 등)가 시행되던 당시 영장 없이 체포·구금한 행위가 불법 행위가 아니라는 취지의 결정을 내린 것을 감안한 것이다.

따라서 재판부의 이번 판결로 설 의원처럼 긴급조치 위반으로 옥살이를 하더라도 국가배상금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설 의원은 지난 1977년 4월 ‘10월의 유신이란 미명의 폭력주의는 민주주의의 갸날픈 숨결마저 끊고 말았다’로 시작되는 구국선언문을 작성해 배포했다. 이후 유신 반대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2년 6월과 자격정지 2년 6월의 확정판결을 받고 790일간 복역했다.

이에 설 의원은 2013년 6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현재 같은 당의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부친인 고 김철 전 통일사회당 당수(대표)의 억울한 옥고에 대해 국가배상 항소심을,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이 긴급조치에 따라 치른 옥고에 대한 배상 상고심이 선고를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