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6명 판사도 반발했던 ‘4분 날치기’…진보당 “부당판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날치기 처리’에 강력 항의하며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렸던 통합진보당 김선동 의원이 19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았다.
서울 남부지법 형사합의 24부(김용관 부장판사)는 이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로 불구속기소된 김 의원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재판부는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앞장서야 할 국회의원인 피고인이 헌법상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최루탄을 터뜨린 폭력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특정 정책과 관련해 상대 의견을 존중하면서 토론을 거쳐도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다수결로 정책 시행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민주적”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김 의원의 폭력행위는 한·미 FTA의 문제점을 건전하게 비판하고 국민을 설득해 개선하려는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줬다”며 “김 의원의 폭력행위만이 부각돼 한·미 FTA의 문제점에 대해 국민의 외면을 초래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지난 2011년 11월 22일 국회 본회의장을 기습 점거하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4분 날치기’로 통과시켰다.
당시 한나라당은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비공개로 진행했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채 의장석 주위에서 강력 항의했으나 표결처리를 막지 못했다. 표결에 앞서 민주노동당 김선동 의원이 본회의장 발언대에서 최루탄을 터뜨리면서 한때 난장판으로 변하기도 했다.
여야 의원들이 연신 기침을 하고 콧물을 흘리며 본회의장 밖으로 뛰쳐나왔으나 본회의가 다시 속개돼 이날 한미FTA 비준동의안은 151명의 찬성으로 날치기 처리됐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도 손수건으로 코와 입을 틀어막은 채 비준안 날치기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날 행동으로 김 의원은 불구속 기소됐고 검찰은 특수공무집행방해, 특수국회회의장소동, 총포ㆍ도검ㆍ화약류등단속법위반죄 등을 적용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는 “나라를 판 것”, “사법주권 침해”라며 일선 판사들의 반발까지 초래해 같은 해 12월 9일 판사 166명이 한미FTA 연구 태스크포스(TF) 구성 청원문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제출하기도 했다.
통합진보당은 “이번 판결은 민심을 외면하고 정권의 눈치를 보면서 진보당을 탄압하는 데 편승한 부당한 판결”이라며 강력 규탄했다.
김재연 원내공동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서민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나라 경제를 파탄에 몰아넣을 한미 FTA를 저지하기 위한 김선동 의원의 결단에 대해 유권자들은 재선의원을 만들어줌으로서 신임을 보냈다”며 “이를 검찰과 사법부가 뒤집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재화 변호사는 “노회찬 의원에 이어 김선동 의원도 당선무효형, 법원과 검찰이 진보정치인의 씨를 말리는구나”라고 개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