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측 “연인 사이 아냐.. 애정 편지 강제로 쓴 것”
대법원이 미성년자를 수차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 A씨에 대해 무죄 취지의 판결을 내려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은 피해자가 A씨가 다른 사건으로 구속된 동안 매일 면회한 점, 문자메시지나 편지 등으로 수차례 사랑을 표현한 점 등을 고려해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해자 측은 “(애정 표현은) A씨의 강요에 의한 것이었다”며 판결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 논란이 일고 있다.
피해자 가족 측 관계자인 이학용 목사는 25일 SBS<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만난 A씨가 4일 후 영화 시사회를 보러가자고 하면서 주차장으로 데려가서 성폭행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목사에 따르면, 2011년 교통사고로 서울의 한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 B양은 마침 병원에 온 A씨와 만나게 됐다. A씨는 B양에게 “얼굴도 예쁘고 귀여우니까 연예인 시켜주겠다”며 연락처를 알아냈고, 그날 저녁 B양을 불러내 “병원비, 대학 학비를 대주겠다”며 성추행을 시도하다 미수로 그쳤다.
A씨는 4일 후 영화 시사회를 보러 가자며 B양을 차에 태웠고 주차장에서 성폭행을 했다. 이 목사는 그러나 B양이 워낙 어린 나이에 당했고, 심장병으로 쓰러졌던 엄마가 충격을 받아 잘못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무에게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어머니한테도 얘기를 못하고, 학교에도 얘기 못하고 누구한테도 이야기를 못하고, 그러면서 위협은 오고 그러니까 그냥 끌려가는 식으로 계속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목사는 A씨와 B씨가 동거 후 아이를 낳은 것과 관련해 “(A씨가) 부모 몰래 데려와서 낙태시키고 했던 건데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되니까 (낙태를) 포기하고 가출시키기로 생각을 한 것”이라며 A씨가 가출을 유도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B양이 A씨에게 보낸 150여통의 편지에 관해서도 이 목사는 “(A씨의 강요에 의해) 인터넷을 보고 쓴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1심은 “사랑해서 한 행동”이라는 A씨의 주장에 대해 “부모 몰래 우연히 만난 남자를 며칠 만에 이성으로 좋아해 성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믿을 수 없다”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 역시 형량이 3년 깎인 9년을 선고했지만 성폭행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24일 B양이 A씨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와 편지, B씨의 수감 후 교도소에 찾아가 만난 접견기록 등 B양이 수차례 A씨에게 “사랑한다”는 내용의 애정표현을 한 점을 근거 “메시지와 편지를 종합하면 B양은 처음 볼 때부터 A씨에게 사랑을 느꼈고 이 같은 감정이 계속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현행으로선 12세까지만 부모 동의 없이 성관계를 할 경우 상대방을 처벌할 수 있도록 돼 있어 성폭행 혐의가 입증이 되지 않을 경우 A씨에 대한 처벌이 불가능해 일각에서는 미국처럼 기준 연령을 16~17세로 올리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