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성 검사부터 개인 면담까지.. 2주 교육 후 업무 배치
공영방송 MBC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 하고 있다. 최근 교양제작국을 해체한데 이어 이번엔 시사교양물을 제작했던 PD와 기자들을 직종과 무관한 농업학교에 입소시켜 물의를 빚고 있다.
MBC는 3일 오전 사내에 교육 일정표를 배포해 2주간의 일정을 공개했다. 교육 명령을 받은 PD와 기자 등 12명은 이날 오리엔테이션을 시작으로 교육 1주차에 ‘경영환경의 변화와 사고의 혁신’, ‘인간관계·팀워크의 혁신’, ‘다채널시대 지상파 방송 생존 전략’, ‘종합편성채널 현황과 전망’ 등의 강의를 듣는다.
교육 2주차인 오는 10~12일 2박 3일 동안에는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소해 ‘효사상과 실제’, ‘식탁교육’, ‘공동체적 삶의 체험’, ‘고정관념의 탈피와 창의력’ 등의 강의를 듣는다. 교육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빡빡한 일정으로 진행된다. 입소 마지막 날에는 개인 면담도 진행된다.
이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이하 MBC노조)는 같은 날 성명서를 내고 “방송심의위원회, PD협회 등이 주는 이달의 PD상 수상자, 방송기자연합회장 출신의 머리 희끗한 기자 등에게도 농군학교에 입소하라는 명령이 떨어졌다”며 부당한 교육발령을 비판했다.
가나안 농군학교에 입소하는 이들은 방송기자협회 회장을 지낸 임대근 기자를 비롯해 20년차 이상의 부장급 기자가 다수 포함됐다. 지난 2012년 총파업 당시 MBC 경영진의 행태와 편향보도를 비판한 강연섭 기자와 MBC 사내 게시판에 김재철 전 사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징계를 받은 이용주 기자도 포함됐다.
이와 관련해 MBC노조는 지난달 31일 “색다른 뉴스 포맷을 시도하던 기자 등 상당수가 영문도 모른 채 교육발령을 받았다”며 “이들은 무슨 기준으로 실적이 미흡한 저성과자로 낙인찍히게 된 것인가”라며 부당한 인사 정책을 비판했다.
MBC의 보복성 인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2년 총파업에 참여한 기자와 PD 등 100여 명을 상대로 제작과 무관한 교육명령을 내려 ‘징계성 교육’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교육명령을 받은 기자와 PD들은 ‘신천교육대’라고 불리는 MBC아카데미에서 샌드위치 만들기, 브런치 만들기, 동양미술의 이해 등의 교육을 받았다. 이후 이들은 본래 직무와 무관한 비제작부서로 인사배치 됐다.
한편, 한동수 MBC노조 홍보국장은 이날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사측으로부터 교육 명령을 받은 일부는 지난 2012년 총파업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라며 “명백한 탄압과 배제 의도가 있는 이번 교육 인사 발령을 질타하기 위해 내일(4일) MBC 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