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미지출처 = 사람과세상사이 블로그.

보은인사 논란을 일으켰던 곽성문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이하 코바코)사장이 이번에는 ‘친박 지원서’로 또 한번 논란에 휩싸였다. 21일 국회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리에서였다.

이날 자리에서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곽 사장이 사장공모에 제출한 지원서를 공개했다. 최 의원이 당시 쓴 내용을 검토하면서 “누가 코바코 사장에 지원을 하라고 했느냐”라고 묻자, 곽 사장은 “주변 사람들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친박 의원들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고 답변했다.

예상 밖의 답변에 이내 국감장에는 웃음이 터졌다. 여야 의원들은 물론 홍문종 미방위원장과 증인으로 출석한 김문환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도 웃음을 터트렸다. 곽 사장 스스로 자신이 ‘친박계 인사’라는 것을 서슴없이 드러냈기 때문이다.

최 의원이 공개한 지원서에 따르면 곽 사장은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을 과시했다.

‘짧은 의정활동과 침잠의 시기’라는 제목의 글에서 “2004년 4.15총선은 탄핵파동과 열린우리당의 돌풍 속에서 치려졌는데, 한나라당은 박근혜 의원을 임시대표로 추대하고 후보를 대거 물갈이 하여 총선에 임했다. 121석을 확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박근혜 시대가 활짝 열린 계기가 됐다”고 썼다.

이어 “육영수 여사 서거 20주년이 되는 1994년 당시 큰 영애와의 특별 인터뷰를 계기로 인연을 맺게 되었다”며 “이 같은 오랜 개인적인 인연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박근혜 대표의 측근이 되었고, 나아가 ‘친박 그룹’의 일원으로 의정 생활 4년 내내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앞장섰다”며 노골적으로 친박성향을 드러냈다.

▲ 곽성문 코바코 사장 지원서 중 일부 캡쳐.(자료=최민희 의원실)

최 의원이 문제의 내용을 지적하며 “이건 박 대통령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코바코에 온 것도 보은 인사가 아닌가”라고 하자 곽 사장은 “그렇지 않다. 특별한 배려 없이 왔고, 절차에 따라 진행됐을 뿐”이라고 부인했다. 이어 “심사위원들이 정치활동에 관해 물어볼 것 같아서, 전문성 부분을 앞에 쓰고, 솔직한 얘기를 뒤에 쓴 것”이라고 해명했다.

곽 사장의 답변에 야당 의원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최 의원은 “‘스스로 대통령의 측근이다’, ‘대통령 성공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말하며 취임하는 방송 전문가는 본 적이 없다. 이런 지원서는 사상 최초“라고 비난했다.

같은 당 전병헌 의원은 “코바코의 존립 목적과 핵심 가치는 방송 공정성과 공공성인데 곽 사장은 정파적 성향을 띠며 박 정권에 아부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며 “너무나 상식 밖의 발언이기 때문에 국감이 끝나기 전에 사퇴 성명을 내놓는 게 옳다고 본다”고 질타했다. 최원식 의원도 “오늘 대답하시는 걸 들으며 경악했다, 부디 사퇴하실 땐 친박 의원님의 얘기를 듣지 말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곽 사장은 “지금이라도 내 자리가 아니면 내놓겠다”면서 “지금은 친박 정권이 들어서 있고, 3년 동안 내 인맥과 경험을 활용해 코바코를 위해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를 솔직하게 표현한 것”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에 전 의원은 “방송광고 생태계 개선 노력을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오로지 박근혜 정부를 향한 충성심만 있을 뿐이라는 것을 본인이 실포한 것”이라며 “위증까지 했으니 국감을 계속해야 하는지 논의하기 위해 정회를 요청한다”고 반발했다. 미방위원장인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도 “과거 정치적 성향이 어땠는지와 관계없이 지금은 공공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거들었다.

계속된 여야 의원들의 질타에 곽 사장은 결국 한 발 물러섰다. 곽 사장은 “그런 지적들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사퇴를 해야 한다고 하면 생각해 보겠다”며 “정치적 견해나 성향 때문에 코바코의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데 차질을 빚거나 영향을 미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