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단말기 유통법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휴대전화 제조사가 이동통신사와 협의해 단말기 출고가를 부풀린 정황이 있다는 주장을 제기돼 파장이 예상된다.

13일 미래창조과학부 국정감사에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 문건을 제시하며 이 같은 의혹을 제기했다.

우 의원이 내놓은 자료는 2012년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원회의 의결서 중 일부로 삼성전자가 갤럭시U 제품에 대해 이동통신사인 LG유플러스와 단말기 출고가, 소비자가격, 대리점 마진, 네트(Net)가격(출고가에서 이통사 지원금을 뺀 가격) 등을 협의한 내용을 담고 있다.

우 의원은 “이 자료를 보면 삼성은 네트가 21만9천200원에 대리점 마진 5만원을 더해 소비자가격을 26만9천200원으로 책정하고, 보조금을 합해 출고가를 91만3천300만원으로 하자고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네트가 18만7천600원에 대리점 마진 5만원을 붙여 소비자가를 23만7천600원으로 하고 출고가로는 89만1천900원을 제시했다고 우 의원은 설명했다. 단말기 납품가와 출고가가 무려 60만원 이상 차이난다.

▲ ⓒ 우상호 의원실

또 우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는 삼성전자 관계자의 진술서와 엘지전자 부장 진술서, SKT 차장의 진술서도 포함돼 있었다.

삼성전자 모 부장은 출고가가 높은 이유에 대해 “장려금이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제조사의 최소한의 손익 달성을 위해 늘어나는 장려금을 반영하여 신모델이 출시될 때마다 가격이 높아진 것”이라 전하고 있다.

또 LG전자가 SKT에 공급하는 단말기 가격 결정과 관련해 LG전자 모 부장은 “계약모델(이통사가 제조사로부터 사가는 모델)은 납품가와 출고가가 동시에 논의된다”고 진술하고 있다. 제조사와 이통사가 조직적으로 담합해 출고가 부풀리기를 모색한 정황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 SKT 차장은 진술조서에서 “통신사는 제조사에서 제안한 네트가 수준에 대한 의견을 논의하고, 네트가를 기준으로 통신사 보조금을 뺀 소비자가격 수준을 정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단말기 출고가를 높은 이유로 제조사 입장에서는 오히려 판매가 촉진되고, 이통사 입장에서는 할부원금을 높여 약정가입을 유도해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꼽은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모 부장은 진술조서에서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출고가로 단말기의 성능을 판단한다. 그렇기 때문에 출고가가 높은 단말기일수록 좋은 단말기라고 생각한다. 고가의 단말기를 보조금을 더 많이 지급받고 싸게 샀다고 소비자가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비싼 것을 싸게 산다고 할 때 훨씬 많은 구매를 한다. 그리고 이동통신사업자는 출고가를 높임으로써 할부원금 등을 높이는 방법으로 소비자를 자신의 서비스에 락인(Lock-in) 시킬 수 있고”라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제조사는 가격을 높여 마치 단말기 성능이 뛰어난 것처럼 눈속임을 했고, 이렇게 높아진 출고가는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작용해 소비자는 이통사와 단말기 가격 할부가 포함된 장기 약정에 가입할 수밖에 없게 돼 이통사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묶어두는 효과를 거둔 것”이라며 “이는 가격과 서비스경쟁을 통해 소비자가 더 많은 혜택을 누려야 하는 시장 메커니즘을 교란한 행위이고 5,000만 가입자 모두를 호갱으로 만드는 것으로 반드시 근절시킬 것”이라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