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는 靑 의중.. 자신을 국가로 보는 파시즘이 빚은 오판”
‘대통령 모독 사건’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검찰이 지난 8일 밤 가토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을 기소했다. 이러자 일본과 각국 주요 외신들 뿐 아니라 미국정부까지 한국정부와 검찰이 언론을 탄압하고 있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4월16일 낮 행적, 공은 법정으로
‘대통령 모독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지난 8월3일 일본 산케이 신문이 조선일보 칼럼을 인용해 서울발 기사를 내보냈다.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가토 서울지국장은 정윤회를 언급한 조선일보 칼럼 내용을 소개하며 “정윤회의 이혼사실까지 확인돼 소문은 더 짜릿해졌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가에서도 설전이 이어지자 지난달 16일 박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며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며 검찰에게 대책을 주문했다. 이것이 산케이 지국장 수사의 가이드라인이 된 셈이다.
논란의 핵심은 박 대통령과 정윤회의 4월16일 낮시간 행적. ‘당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 있었고, 정윤회는 청와대에서 먼 다른 곳에 있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이것을 토대로 가토 지국장을 기소한 것이다. 이제 세간의 이목이 법정에 모아질 차례다. 정윤회와 관련된 사건인 만큼 박 대통령의 ‘30년 역사’가 다시 화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상대는 외신, ‘최태민-정윤회 역사’ 글로벌 토픽 될 수도
정윤회라는 이름이 거론되면 자연스럽게 ‘박근혜-정윤회’의 10년 역사가 세인의 입방아에 다시 오를 것이다. 또 정윤회가 최태민의 사위인 만큼 ‘박근혜-최태민’의 30년 역사도 다시 논란이 될 게 확실하다. ‘30년 역사와 10년 역사’가 거론되면 될수록 박 대통령의 이미지는 손상을 입게 된다. 더욱이 이번 경우는 외신을 상대로 한 재판이다. ‘박근혜 과거사’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외신을 타고 ‘여성대통령 스캔들’로 포장돼 ‘글로벌 토픽’으로 비화될 수 있다.
외신들은 ‘최태민 역사’를 언급할 때 반드시 2011년에 공개된 위키리크스 문건(2007.7.20.)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당시 버쉬바우 주한 미국대사는 본국으로 송고한 비밀문건에서 ‘최태민은 제정 러시아의 라스푸틴에 비유된다’고 전한 바 있다. ‘한국판 라스푸틴’은 전 세계의 화제로 떠오를 공산이 크다. 라스푸틴은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의 알렉산드라 황후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 황권을 장악해 제정 러시아를 패망으로 이끈 음란한 간신이다. 러시아 공산혁명의 단초를 제공한 자이기도 하다.
최태민의 행적은 라스푸틴에 견줄 만하다. 영세교 교주, 천일창고 회장, 공화당 중앙위원, 경찰, 헌병대 문관, 승려, 목사, 대한비누공업협회 이사장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직함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횡령 14건, 사기 1건, 변호사법 위반 11건, 성추문 12건 등 전과 기록도 화려하다. 보통학교 졸업이 학력의 전부인 그가 ‘대통령 영애’의 신망을 한몸에 받았다. 그의 사위인 정윤회는 최태민보다 더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최태민에 대해서는 이력과 학력이라도 알려져 있지만 2002년 북한 방문 때도 수행했던 최측근 정윤회의 프로필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기소는 靑 의중.. 자신을 국가로 보는 파시즘이 빚은 오판
대통령 신상과도 관련된 문제인 만큼 이번 기소는 검찰의 결정이 아니라 청와대 의중으로 봐야한다. 내외신의 입방아에 오르고 불리한 과거가 다시 들춰질 텐데 왜 산케이 지국장을 기소한 걸까. 청와대가 오판을 한 것이다. 오판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지난달 16일 대통령의 작심 발언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을 다시 곱씹어 보자.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도를 넘고 있다...국민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고, 국가 위상 추락과 외교관계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이다.”
‘대통령에 대한 모독은 국가와 국민에 대한 모독’이란다. 대통령이 곧 국가이고 국민이라는 얘기다. 전체주의적 발상이다. 대통령이 국가와 국민을 대표하는 건 맞지만 ‘대표성’은 주권자인 국민에 의해 위임된 것에 불과하다. 옛날 프랑스의 ‘태양왕’은 그 ‘대표성’이 바로 자기 자신이라고 우겼다.
자신을 국가로 보는 파시즘적 사고가 오판을 부른 것으로 보인다. 자신이 곧 국가이니 자신을 욕보이는 건 국가와 국민을 욕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나 보다. 아무리 대통령일지라도 자신과 국가를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건가. 대통령은 국가의 공복(公僕)이자 국민의 종복(從僕)이다. 종은 주인에게 혼날 수 있고 욕도 먹을 수 있다. 때로는 모독도 당할 수 있다.
의원시절 현직 대통령 모독했던 박근혜
박 대통령도 의원시절 현직 대통령을 모독한 적이 있다. 스스로 잘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2004년 8월. 한나라당의 대표가 돼 천막당사라는 이벤트를 통해 총선 위기를 모면했지만 그토록 바랐던 ‘노무현 탄핵제거’의 꿈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 그때였다.
‘노무현 복귀’로 약이 바짝 오른 한나라당 의원들이 연찬회에서 연극을 공연했다. 연극 제목은 ‘경제를 살리자’는 뜻의 ‘환생경제’. 대본, 감독, 배역 모두 한나라당 의원들이 맡았고, 노 전 대통령을 술주정뱅이인 극중 주인공 ‘노가리’에 빗댔다. ‘노가리’는 영양결핍으로 죽고 아들 ‘경제’만 남게 되자 ‘노가리’의 아내 ‘근애’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는 게 극의 줄거리다.
(근애/박근혜)의 친구인 마을번영회장과 부녀회장이 ‘노가리’(노무현)에게 입에 담기조차 역겨운 욕설을 퍼붓는 장면이다. 무자비한 인신공격과 음담패설, 성희롱 표현까지 등장한다.
| “야! 사내로 태어났으면 불X값을 해야지...육X럴 놈” “뭐 저런 개잡놈이 다 있어?” “(부녀회장이 ‘근애’에게) 너 이혼하고 그놈더러 그거나 떼달라고 해” “(부녀회장이) 그놈은 거시기 달고 다닐 자격도 없는 놈이야” |
‘최-정 미스터리’ 해소 스스로에게 책임 있어
이 자리 한가운데 박근혜 대표도 있었다.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박장대소하며 즐거워했다. 저주도 퍼부었다. 극중 저승사자가 ‘근애’에게 “죽은 아들(경제)은 살려주고 대신 당신 남편(노무현)을 데려가되 3년간 형의 집행을 연기하는 거여”라고 말했다. 박근혜 대표는 파안대소했다. 저주가 통한 걸까. 노 전 대통령은 3년이 아니라 5년 뒤 죽음을 맞았다. 섬뜩한 일이다.
자신을 따르는 소속의원들과 패거리지어 대통령을 심하게 모독하고 저주했으면서 자신을 향한 세간의 풍문에 대해서는 검찰을 동원해 공포감을 조장하고 그것도 부족해 외신 기자까지 기소하다니 어처구니없다.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이력을 가진 최태민. 프로필조차 베일에 가려있는 정윤회. 이들과의 수십년 역사. 이러니 왜 루머가 생기지 않겠는가. ‘최태민-정윤회’과의 ‘역사’에서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어두운 부분을 해소할 책임은 박 대통령에게 있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