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세 아니다’ 입장 반복.. “朴, 증세없는 복지 공약 탓?”
정부가 최근 담뱃값, 주민세, 자동차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해 ‘서민 증세’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과세형평성에 따른 증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증세가 아니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기획재정부는 11일 현재 2500원인 담뱃값을 2000원가량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금연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우리나라 성인 흡연률이 44%로 OECD 가입국 가운데 최고 수준이라는 점을 들어 ‘국민건강증진’을 담뱃값 인상으로 제시했지만, 사실상 ‘꼼수 증세’라는 비난이 잇따랐다.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던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가 담뱃값과 소주를 소폭 인상하겠다고 하자 “소주와 담배는 서민이 애용하는 것 아닌가. 국민이 절망하고 있다”며 정부의 담뱃값, 소주가격 인상을 비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또한 담뱃값 인상이 실제 흡연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을 지도 미지수다. 2010년 OECD의 자료에 따르면 담배가격이 1만3199원인 아일랜드의 남성흡연율은 31%지만 담배가격이 이의 4분의 1수준(3318원)인 헝가리의 흡연율은 31.9%로 아일랜드와 비슷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이 같은 논란을 의식한 듯 “흡연율을 낮추기 위한 인상 추진과 관련해 다양한 목소리들이 있다”면서도 담뱃값 인상은 국민 건강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담배는 가장 대표적인 건강 위협 요인 가운데 하나”라면서 “모든 국민들이 건강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4대 중증질환 등 탄탄한 의료보장 체계를 갖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금연과 같은 질병 예방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들의 협조를 촉구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같은 날 “담뱃세 인상은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것이며 주민세 인상은 어려운 지방재정 극복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강력한 요구가 있어 받아들인 것”이라면서 증세 논란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 측 주장에도 증세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도 담뱃값 인상과 관련해 ‘담배세금 인상 찬반 토론회’, ‘바람직한 금연정책으로서의 담뱃값 인상 방안’ 등의 토론회가 열릴 정도로 증세 논란이 뜨겁다. 찬반 토론회에 참석한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는 담뱃값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의 금연사업 지출분이 미미하다는 점과 신설되는 개별소비세가 결국 정부 몫만 늘린다는 점을 들어 “사실상 조세수입 확충을 위한 증세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한국 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도 “복지부가 지난 2004년 담뱃값 인상 때도 추가로 걷는 건강증진부담금을 금연사업에 사용하겠다고 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며 “흡연율을 낮추고자 시행되는 가격정책은 최선의 금연 정책이 아니라 관료들이 가장 편하고 쉽게 예산을 늘리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이 같이 정부의 담뱃값 인상과 세재개편안이 사실상 증세에 해당하지만 정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는 이유로는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약한 ‘증세없는 복지’ 탓으로 추측된다. 때문에 복지정책 등 이행에 필요한 재원은 부족하지만 비교적 저항이 덜한 세목만 인상하면서 “증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 계획안대로 세금을 거두게 되면 고소득층에 비해 저소득층의 조세부담이 커져 서민들의 반발만 커질 뿐이다. 증세에 대한 전반적인 논의부터 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