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수사권과 기소권이 보장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고등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세월호 참사 119일째인 12일 오후 6시 30분 세월호 유가족 단식 농성장이 있는 광화문 광장에는 고등학생 300여명이 모였다.

학생들은 페이스북 커뮤니티 페이지 ‘고등학생도 알 건 안다’를 통해 모인 학생들로 경기도 성남 모 고등학교 총학생회에서 처음 제안해 자발적으로 모였다.

이들은 직접 ‘유가족 의사를 특별법 제정에 적극 반영하라’, ‘수사권 기소권 없는 가짜 특별법 집어치워라’ 등의 구호가 적힌 손피켓을 들고 참여했다.

또 학생들은 “유가족의사 적극 반영하라”, “특별법 왜곡하여 유족들 상처주는 정치권은 반성하라”, “유족들 욕보이는 의사상자 즉시 철회하라”, “수사권 기소권 없는 가짜 특별법 집어쳐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 ⓒ go발뉴스

사회를 맡은 정 모 군은 인사말에서 “오늘날 대한민국은 학생들의 항일 투쟁, 민주화 운동은 물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학생들의 희생 위에 세워진 국가임에도 학생들에게 책상 앞에 머무르며 침묵하고 거리로 나오지 말 것을 강요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런 어른들의 논리와 사회적 분위기가 낳은 결과를 지금 눈앞에서 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정 군은 “고등학생들이 광화문광장에 모인다고 했을 때 응원도 있었지만 ‘고등학생들이 알기는 뭘 아느냐’, ‘선동하는 사람에 이끌려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도 있었다”며 “우리는 정치는 잘 모르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 이 사회 어른들 논리에 찌들지 않은 마음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학생들은 세월호 참사를 보며 느꼈던 점을 직접 준비해온 메모를 보며 서로 읽어 내려갔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박의환 학생은 “지난 100일 간 우리가 할 수 있던 말은 ‘이윤보다 생명이다’, ‘특별법을 제정하라’가 전부였다”며 “오늘 어떤 이야기를 더 할 수 있을까 고민해 봤지만 아직도 할 수 있는 말은 ‘이윤보다 생명이다’라는 말이 전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등학생도 이윤보다 생명이 중요하다는 말을 알고 있는데 일부 어른들은 이런 사실을 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온 우리에게 선동돼 나왔다고 말한다”면서 “이윤보다 생명이라는 말이 선동이라면 우리는 선동당한 것이 맞다”고 성토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양지혜 학생은 “이 사회는 사람을 죽고 싶게 하고, 죽이는 체제라고 생각한다”며 “학생은 공부하는 기계가 되고 노동자는 갈아 끼울 수 있는 부품이 되고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는 생명을 괄시하는 풍조 속에 나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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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하면 세월호 특별법을 두고 유가족의 요구사항은 배제한 채 이른바 ‘밀실야합’을 벌였던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학생들의 쓴소리도 이어졌다.

김한율 학생은 “대통령은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는 담화 후에 해경을 해체하고, 이윤이 생명보다 중요시돼야 할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고 아랍에미리트에 원전을 팔러갔다”라며 “4월 16일 이후 한심하고 무능한 정치인과 정부 앞에서 죽어가는 건 세월호 유가족들뿐이었다”고 비판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왔다는 최준호 학생은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1년만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것은 정치인들이 청소년들에게 관심이 없기 때문”이라며 “더 이상 우리 청소년들이 무시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오늘과 같은 집회를 통해 우리의 목소리를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행사를 마친 학생들은 각자 서로의 연락처를 교환하고 농성중인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인사를 건넨 후 해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