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요즘 1박2일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 고교교사들 특집에서는 일베교사 논란이 일었다. 물론 일베까지는 아니었다는 결론으로 큰 파장 없이 수그러들었지만 어쨌든 위험한 순간을 겪어야 했다. 그랬기 때문에라도 특히 이번 주는 멤버들끼리 차분하게 여행을 떠나나 싶었다. 아니 그랬어야 했다. 동해 망상해수욕장으로 떠난 1박2일의 ‘피서지에서 생긴 일’은 한여름 밤의 악몽으로 제목을 바꿔야 할 것이다.

평소와 달리 기차를 선택한 것은 나쁘지 않았다. 1박2일의 기본 모토인 복불복을 이용해 미녀와 예능국장의 비교체험을 시킨 것까지도 나름 신선한 기차 속 에피소드였다. 그러나 문제는 식사를 위해 내렸던 동백산역에서부터 시작됐다. 역사 내에 어설픈 노점세트를 설치해서 바가지를 씌우는 복불복부터는 지루해졌으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 사진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물론 피서지에 생긴 일에는 분명 바가지 상혼이 포함된다. 그것을 풍자하기로 하기에도 설정이 맞지 않았으며 조폭 콘셉트의 연기자가 출연하면서 상황은 더 걷잡을 수 없는 미궁으로 빠지고 말았다. 도대체 바가지 쓴데다가 조폭에서 협박까지 당하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시청자가 웃기를 바랐다는 것인지 도대체가 제작진의 의도를 알 수 없었다.

바닷가에 도착해서는 결국 최악의 종지부를 찍고야 말았다. 해변의 시민들과 짝을 지어 게임을 하는 것은 평소에도 흔히 하던 것이 문제될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게임의 승자에게는 미녀를, 패자에게는 개콘의 오나미와 김혜선으로 설정한 것은 이번 여행 콘셉트가 얼마나 개념 없는지를 확증했다. 미녀가 상품인가? 남자인 필자가 늘씬한 비키니 미녀를 보고 즐겁지 않고 불쾌했다면 여성 시청자에게는 더했을 것이다.

▲ 사진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또한 미녀가 아니면 막대해도 되는 것인가? 1박2일은 개그콘서트가 아니라 가족예능이다. 상대가 개그우먼이라고 할지라도 개콘이 아니라 가족예능인 1박2일에서의 너무 과한 홀대는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아무리 연기라고 하지만 공을 집어던지고, 날라 차기를 하는 모습들은 지나친 오버액션이었다. 잠시 후 오나미와 김혜선의 남자친구로 다시 조폭들이 등장하면서 이 막장 스토리는 절정을 이뤘다. 조폭이 선량한 사람을 땅에 묻는 것을 보고 웃으라는 말인가. 이쯤에서는 불쾌감이 혐오스러움으로 변했다.

다음 주에 어떤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번 주의 1박2일은 전반적으로 개콘에서도 통하지 않을 저질 콩트들을 성기게 짜깁기한 것밖에 불과했다. 그것도 한 번이었다면 늘어난 분량에 의한 부담 정도로 넘어갈 수도 있는 문제였으나 그렇지 않았다. 애초에 멤버들의 성장을 관찰예능처럼 섬세하게 주목하겠다던 약속이 무색한 거친 제작이었다.

▲ 사진출처='티비 읽기' 블로그

무엇보다 지난 두 주간 교사특집을 통해 게스트 중심의 방송을 했다면 이번에는 평소처럼 멤버들만의 여행을 구성했어야 했다. 그것이 매주 잊지 않고 100분의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을 1박2일에 투자하는 시청자에 대한 성의 있는 자세였다. 1박2일 시즌3가 대체로 호평을 받고 있지만 아직은 정상궤도에 올라섰다고 하기에는 이른 시점이다. 여전히 멤버들끼리 내부적으로 쌓아야 할 많은 것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멤버들 외에 자꾸만 외부 동력을 통해서 콘텐츠를 채워가려는 것은 기껏 쌓아올린 성과들을 망쳐버릴 수 있다. 정 콘텐츠가 없다면 차라리 한두 주를 쉬기를 권하고 싶다. 이번 주는 결방보다 더 심한 방송사고였다. 요즘 일요예능이 대책도 없는 분량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그 결과가 이런 식이라면 우려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작진들은 이 에피소드를 편집하고 마지막 완성본을 보면서 웃을 수 있었는지 진심으로 궁금하다. 부족한 콘텐츠는 논란으로 채우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