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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블로그 |
<매직아이>가 비교적 파일럿 방송의 문제점을 수정코자 애쓴 흔적은 보였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너무 차분해지고 정제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했다. 분명 파일럿 때의 <매직아이>는 산만하다 못해 소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센 언니들의 가감 없는 토크의 기본 장점마저 포기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그런 가운데 여전히 티비에 익숙지 않은 문소리의 부분적인 활약이 돋보였다고 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정규 편성을 꿰찬 첫 방송의 백미는 예상치 못했던 홍진경에게서 나왔다. 이 날의 주제는 킬링분노였다. 주제 선정은 매우 좋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급한 성미만큼이나 화도 잘 낸다. 사는 것이 고되기 때문이라고 변명하기에는 우리사회의 분노조절은 매우 미숙하다. 그래서 간혹 뉴스에 소개되는 사소한 동기의 큰 사건들은 두려움으로 다가오게 된다. 예를 들면 층간소음 때문에 살인하게 되는 일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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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블로그 |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갔지만 홍진경의 한마디에 뒤통수를 세게 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아야 했다. 사실 홍진경은 <매직아이>의 세 언니들 중에서 그다지 호감을 주는 캐릭터는 아닌 편이다. 그래서 홍진경에게서 어떤 교훈이 될 만한 발언을 기대치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홍진경의 말이 더욱 묵직하게 가슴에 파고들었을 수 있다.
첫마디는 그녀의 평소처럼 웃기려는 것처럼 보였다. 사실 웃길 말도 아니었지만 여자 연예인이 그냥 술로 푼다는 말은 아직까지는 웃기려는 자폭행위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이미 기사화된 것처럼 난소암으로 투병 중이기에 이제는 홍진경으로서는 술로 분노를 풀 수도 없는 상태이다. 그렇게 술로도 풀 수 없는 홍진경이 얻은 것은 체념이었다.
인생이 본래 행복하다는 전제를 포기하니까 분노할 일도 줄어들었다는 말이다. 이 말에 충격적이었다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 미안한 생각이 들 정도로 홍진경의 말은 해탈의 경지를 느낄 만 했다. 요즘의 종교 지도자들도 신도들에게 잘 하지 못할 말이었다. 행복을 포기하라는 말이다. 살아있는 사람들 중에 누가 행복을 원치 않겠는가. 그러나 행복에 대한 절대적인 추구가 주는 많은 부작용이 욕심으로 자라 결국 인성을 망치게 되는 일은 흔히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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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티비 읽기'블로그 |
그러나 인생이 본래 행복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아주 많은 것들이 변하게 될 것이다. 예컨대 우리들 시각에서는 전혀 행복할 것 같지 않은 아주 가난한 나라 부탄이 행복지수 1위의 나라이며, 국민들이라는 믿지 못할 뉴스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홍진경의 말에 무게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녀가 지금 힘든 병과 싸우고 있으며 그전에도 이미 큰 시련을 겪은 바 있기 때문이다. “저 문을 나가면 그냥 백발노인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 과거에 홍진경이 한 말이라고 한다. 당시에 겪고 있는 고통의 크기를 이처럼 정확히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유행가 가사이기는 하지만 철학이 담겨져 있음이 분명하다.
누구나 카메라에 대고는 행복을 가장하거나 권유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지만 자신의 고통을 통해서 행복에 대한 강박을 놓았다는 홍진경의 고백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또한 기대치 않았던 사람에게서 받은 큰 힐링이었다. 그리고 그녀가 겪었고 또 지금 현재 겪고 있는 시련에 맞서 이기기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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