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발생한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사고의 책임자에 대한 항소심 선고에서 1심과 비슷한 판결이 나오자 살인죄 적용을 요구해온 유족들은 헌법소원 방침을 밝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전지방법원 제1형사부(재판장 김용덕)는 24일 사설 해병대 캠프를 운영하다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을 숨지게 한 사고 관련자들에 대한 항소심에서 업무상 과실치사죄로 당시 캠프 교육팀 본부장 이 모 씨에게 금고 2년, 현장교관 김 모 씨에게 2년 6월을 선고했다.

이는 김 씨와 이 씨 각각 금고 1년 6월과 2년이 선고됐던 1심보다 형량이 6개월씩 늘어난 것이다. 다만 나머지 피고인 4명은 징역 6월에서 금고 2년의 원심 형량이 그대로 유지됐다.

▲ ⓒ KBS

재판부는 “일부 사고 책임자들이 동종 범죄로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는데다 이번 사고가 발생하는 과정에서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이 중대하다”며 “숨진 학생들을 되살릴 수 없고 유족들의 슬픔도 치유할 수 없을 만큼 과실이 크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하지만 그 동안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이준석 선장 등에게 살인혐의가 적용된 것처럼 현장교관 등에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 적용을 요구해온 유가족들은 항소심에서도 형량이 크게 달라지지 않자 거세게 반발했다.

유족들은 판결 뒤 입장발표를 통해 부실한 수사와 재판부의 판례 적용이 잘못돼, 어린 학생들을 바다로 내몰아 숨지게 한 피고인들에게 솜방망이 처벌이 내려졌다며 헌법소원 제기 방침을 밝혔다.

또 유족들은 이날 항소심 선고에 앞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를 가려내기 위해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학생들의 생생한 증언을 더 들어야 하는 만큼 선고를 연기해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교관들의 증언만으로는 사고 원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학생들의 진술을 받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탄원서에는 공주사대부고 학생 545명과 국회의원 102명의 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재판부는 “사고책임자들의 구속기간이 6개월로 한정돼 다음 달 중순이면 석방돼 불구속 재판을 받게 되는 상황인데다 학생들이 수사기관에서 충분히 진술한 점, 또, 학생들에게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선고를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