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르디 “수사권‧기소권 안 돼.. 청와대 다칠까봐?”

“전례 없다” 반대하는 여당, 적폐 답습하겠다는 얘기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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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책임론이 대두되고 대통령을 향한 유족들의 분노가 들끓던 지난 5월 16일 박 대통령은 유족 대표들을 청와대로 불러 면담을 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꼭 한 달만이었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에서 박 대통령은 유족들에게 몇 가지 약속을 했다.

“난 꿈이 있는데! 난 살고 싶은데! 어떡해요?”

이때 한 약속이라도 지켜졌더라면 유족들이 무더위 속에서 단식을 하다가 쓰러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유족과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에 모여 저 세상으로 떠난 단원고 학생들의 이름을 또 다시 부르며 피울음을 쏟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엄마부대봉사단’ 등 정권 꼭두각시 단체들이 “유족들이 도에 지나친 요구를 한다”는 피켓을 들고 유족들을 협박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지난 주말 동영상 하나가 전국민의 눈시울을 적셨다. “난 꿈이 있는데! 난 살고 싶은데! 어떡해요?”라고 절규하던 고 김동협 학생의 동영상을 봤다면 악귀라도 눈물을 쏟지 않고 배기지 못했을 거다.

언론은 유족들이 요구하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이 안 되고 있는 이유를 여야 합의 불발이라고 보도한다. 보수언론은 유족들의 지나친 요구를 두둔하는 새정치민주연합 때문이라며 야당 탓을 하고, 진보언론은 세월호 진상규명보다 정권 보위에만 급급한 새누리당 때문이라며 여당 탓을 한다.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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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난항, 박근혜 탓

따지고 보면 여당 탓도 야당 탓도 아니다. 유족들과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박 대통령을 탓해야 한다. 지난 5월 유족들과의 면담 자리에서 특별법 제정과 특검 도입을 약속하면서 “국회에서 그 법(특별법) 갖고 토론 있을 텐데 유족 마음 잘 반영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또 “책임질 사람은 반드시 책임지게 하겠다”고 말하면서 적폐를 뿌리 뽑아 “완전히 다른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확언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겠다던 정홍원 국무총리를 새 총리 찾기 어렵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재임명했고, 주무부처 책임자인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을 유임시켰다. 국회 국정조사는 여당의 방패작전으로 헛발질만 하다 기관보고를 넘겼다.

“적폐를 뿌리 뽑아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는 약속도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확인되고 있다. 유족들이 진상규명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지만 여당은 “전례가 없다”는 이유로 수용할 수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전례 없다” 반대하는 여당, 적폐 답습하겠다는 얘기

전례가 없어 안 된다는 여당의 주장은 박 대통령의 ‘적폐 척결 약속’과 상반된다. 전례는 적폐와 의미적으로 동일선상에 있는 단어다. 잘못된 관행의 누적이 적폐라면, 관례는 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을 말한다. 전례를 버리는 게 적폐 해소의 첫 단추다. 전례대로 해온 결과가 작금의 적폐사회 아닌가. 전례를 버리려는 진취적 노력이 없다면 적폐는 해소될 수 없다.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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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이 원하는 건 엄청난 보상금이나 대학 특례입학 등의 혜택이 아니다. 자식과 부모형제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잘못을 바로 잡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청와대 눈치 보기 바쁜 정치검찰보다는 믿을 수 있는 기구에 강제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유족들의 주장이다.

유족들의 특별법 주장을 호도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발악이 가관이다. 이완구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는 “조사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하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한다. 국가기관 대선개입 은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 간첩 증거 조작, 봐주기 수사, 채동욱 불법사찰 등 사법체계를 제멋대로 유린해 온 자들의 입에서 저런 얘기가 나온다.

수사권 기소권 안 돼, 청와대 다칠까봐?

국회 세월호 국정조사 특위위원장인 새누리당 심재철 의원은 황당한 얘기를 했다. 세월호 진상규명에 앞장서야 할 사람이 ‘세월호 특별법 저지 돌격대장’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심 의원은 카카오톡에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개인회사 잘못으로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 만들어 보상해 달라는 것은 이치에 이긋난다”며 “6.25 참전용사들도 힘겨운 여생을 말없이 살아가는데 특별법이란 말도 안 된다”는 글을 올렸다.

세월호 참사가 “개인회사의 잘못”이라니 기막힐 일이다. 사고 발생 8시간 넘도록 단원고 학생들이 배안에 갇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 대통령과 구조를 포기한 채 가라앉는 배를 구경만한 정부의 잘못은 쏙 빼고 그 자리에 유병언과 구원파를 등장시켜 저들의 소행이라고 우긴다. 개인회사의 잘못으로 300여명의 ‘개인’이 죽은 사건이니 개인과 개인끼리 해결할 문제일 뿐 정부가 책임질 일은 아니라는 망언이다.

이미지출처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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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희생자들을 6.25참전용사와 비교하다니 정신이 온전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정부의 무능과 잘못으로 300여 꽃다운 생명이 어처구니없이 스러져간 사건이 세월호 참사다. 그런데도 6.25참전 용사와 비교하는 저의가 뭘까. 세월호 희생자들은 아무런 명분 없이 죽었으니 명분 있게 죽은 6.25참전 용사들에 비한다면 값싼 죽음인데 왜 말이 많으냐는 식의 고약함이 물씬 묻어나는 헛소리다.

유족과 약속 파기는 적폐 그냥 묻고 가겠다는 것

정작 반대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객관적인 기구에 수사권과 기소권이 부여될 경우 정의의 칼날이 참사 최종책임자인 청와대와 대통령을 겨누게 될까 우려하는 것이다. 또 이 기구가 제대로 수사를 해 기득권층의 추잡한 민낯과 박근혜 정권의 무능을 낱낱이 들춰낼까 겁을 내는 거다.

여당이 망언과 헛소리를 일삼으며 특별법 제정을 막기 위해 저렇게 날뛰는 건 박 대통령의 방조 때문이다. “국회에서 그 법(특별법) 갖고 토론 있을 텐데 유족 마음 잘 반영되도록 협조하고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고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유족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겠다는 건 곧 적폐를 그냥 묻고 가겠다는 거나 마찬가지다. 적폐를 건드리지 않고 그냥 두는 게 청와대와 여당에게 유리하다는 판단이 선 걸까. 그렇다면 천벌 받을 일이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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