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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불금’이란 말이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금요일이 불이 타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제 삶에서 특별히 금요일이 더 즐기기 좋은 날은 아닌 듯 합니다. 토요일도 일하는 날이 더 많기 때문이겠지요.
저처럼 연방우정국 소속 우체부이신 한 이웃님께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집배원들의 주 5일 근무제 요구를 위한 시위 소식을 전해 주셔서 관련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한국의 우체부들이 주 5일 근무를 요구하는 것은 살인적인 업무량과 근무시간 때문이라고 합니다. 오마이 뉴스 최정아 기자 이름으로 실린 관련 기명 기사를 찾아 읽었습니다. (☞오마이뉴스 기사 바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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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오마이뉴스 기사 캡쳐 |
지금 미국의 연방우정국 소속 우체부 노조인 NALC(미전국우체부협회) 는 주 6일제 배달을 폐지하려는 연방정부와 의회의 움직임에 맞서 싸우고 있는 상황입니다. 한국에서의 주 5일제 요구와는 다른 방향인 것이지요. 이게 가능한 것은 미국 우체부 시스템이 갖고 있는 독특한 제도 때문입니다.
모든 우체부들은 주 5일 근무를 원칙으로 하지만(물론 비정규직 우체부들은 주 6일 일하는 것이 보통이고, 최근에 아마존 닷컴의 배송물량 폭주로 인한 연방우정국과의 계약 때문에 일부는 때에 따라 휴일 없이 일하기도 합니다. 물론 일요일 근무는 전일근무가 아닌 반일근무, 그리고 편지를 나르는 것이 아니라 소포 송달만을 원칙으로 합니다) 6일 배송이 보장되는 것은 이른바 T-6 로 불리우는 직책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규 우체부들은 자기만의 배송구역을 갖고 있는 레귤러, 그리고 정규직이지만 자기 배송구역이 따로 없는 리저브, 그리고 이른바 ‘캐리어 테크니션’으로 불리우는 T-6 들이 있습니다. 이 T-6는 다섯 개의 정규 배송구역을 매일 매일 돌아가며 배달을 합니다. 그리고 정규직 우체부들은 누구나 자기가 쉬는 비번날이 윤번제로 돌아가며 있는데, 총 6개 조로 나뉘어 있으며 그 6개 조는 각 조마다 돌아가며 휴일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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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지출처=GOOGLE |
일요일은 당연히 배달이 없으니 쉬고, 나머지 평일 6일을 각 조가 돌아가며 자기에게 배정된 휴일을 갖습니다. 말이 조금 복잡하지만, 예를 들어 어떤 우체부가 월요일에 쉬는 조에 속해 있다면, 그 조는 그 다음주엔 화요일에, 그 다음주는 수요일에, 그 다음주는 목요일에 하는 식으로 돌아갑니다. 그리고 금요일에 쉬는 조는 토요일까지도 쉽니다. 그럼 이른바 롱 위크엔드라고 해서 금·토·일을 다 놀게 되는 것이죠. 그러나 그 다음 주엔 주중 휴일이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다음주 월요일에 쉬고 하는 그런 로테이션 시스템입니다. 즉, 인원이 충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연봉을 받는 우체부이긴 하지만, 오버타임, 즉 초과 근무수당에 대해 철저합니다. 하루에 여덟 시간 이상 일했으면 그 다음부터는 시간당 본봉의 1.5배, 그리고 열 시간 이상 일하게 되면 ‘페널티 수당’이라고 하여 본봉의 두 배를 지급해야 합니다. 그리고 1주일에 하루라도 오버타임을 거르지 않고 했다면, 그 주의 금요일에 하게 되는 오버타임은 무조건 페널티가 되어 그 시간만큼은 두 배의 봉급을 지급해야 합니다. 일하는 시간 자체가 봉급의 액수를 결정하기 때문에 적당한 선에서 오버타임을 하는 것에 대해 우체부들은 별로 개의치 않습니다.
물론 그중엔 규정대로 8시간만 하겠다며 본봉만 받아가는 사람들도 없잖아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그 사람이 배달하지 못하게 되는 양의 우편물은 아침에 계산을 해서 비정규직 우체부들이나, 오버타임 희망 우체부들에게 주어집니다. 즉, 충분한 인원과 정당한 봉급 체계가 잡혀 있기에 6일 근무가 가능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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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전국우정노동조합 |
우정국 직원은 연방정부 공무원이 받는 여타 혜택들을 누리면서 정당한 보상 체제 아래서 나름 만족스럽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경우는 10년차 우체부로서 규정 연봉은 5만 5천 681달러이지만, 오버타임 때문에 지난해 같은 경우 약 6만 6천 달러의 봉급을 받았고, 여기에 눈에 보이지 않는 혜택들, 예를 들어 유급휴가라던지, 아니면 연방정부에서 절반을 부담해 주는 의료보험(미국의 의료보험이란 게 장난이 아닙니다. 저 같은 경우, 가족이 모두 커버되는 보험을 위해 제 봉급에서 매 두 주마다 274달러 89센트, 한 달이면 5백 달러가 넘는 의료보험비를 냅니다), 그리고 은퇴를 위한 연금, 연간 4백달러의 유니폼 구입비 등의 부대 지원을 받고 연간 96시간의 병가까지 하면 실제 수령액은 꽤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유급휴가의 경우 제가 충분한 시간을 모아 놓았을 경우 연간 6주까지 사용할 수 있으니, 그 혜택은 무척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의 체계는 되어 있어야 직업에 대한 만족도나 안전도가 보장이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그것이 보장될 수 있는 가장 큰 힘은 정치적인 힘입니다. 노동조합의 힘이 보장돼 있어야 하고, 노동 3권의 보장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개인의 정치참여 의식들이 중요하다 할 것입니다.
미국의 우체부들도 전에는 매우 열악한 상황에서 근무를 했고, 결국 총파업을 결행했던 적도 있습니다. 1970년 3월, 뉴욕의 남단에서 노조원들의 투표를 통해 결정된 파업은 순식간에 전국의 호응을 얻게 됐고, 이것은 단순한 파업을 넘어 인종평등운동, 민권운동, 노동운동이 모두 결합된 물결이 됐습니다.
당시 닉슨 대통령은 이 사태를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과 주방위군들을 동원, 우편물을 배송하려 했으나 이것은 전혀 소용없는 일이 되어 버렸고, 결국 정부가 무릎을 꿇습니다. 이 결과로 인해 단체협약법이 생겼고, 격무에 시달리던 우체부들의 봉급은 당시 바로 41%가 인상됩니다. 이 이후로 현재와 같은 단체협약을 할 수 있게 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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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진출처=전국우정노동조합 |
사람이 자기 권리를 누릴 때는, 그 배경도 돌아볼 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70년대 민권운동사에 있어서 우정공무원들의 단단한 파업은 결국 미국 사회 전체에 큰 영향을 끼친 시금석이 됐다고 평가됩니다. 그리고 제가 지금 누리고 있는 이 혜택들도, 그 뿌리는 오래전 그들의 단결 투쟁의 역사가 연연히 전해져 내려오면서 가능했던 겁니다.
지금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우정노조의 요구는 적어도 ‘최소한 인간적인 삶을 보장해 달라’는 데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러나, 정치권이 여기까지 귀를 기울여 줄까요? 사실 그런 정치권의 몰지각함, 그리고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무시하고 자기들의 특권만을 지키려는 집단이기주의의 횡행 속에서 고생하는 집배원들이 얼마만큼 자기들의 권리를 찾고, 지키고, 누릴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역시 문제는 정치인 듯합니다.
7.30 재보선에서 그나마 야당이 많이 이겨서 새누리당의 말도 안 되는 독주를 제어해야 하는데, 문제는 이 야당이라는 것들, 특히 새정치민주연합도 그다지 정치가 가져야 하는 그 보편적 의미를 실천하지 않고 자기 뱃속만 차리려는 것이 눈에 띄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입니다. 결국은 이런 문제들이 파업과 같은 극단적 의사표시로나 가야만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데, 그나마 그것도 ‘파업=불순분자들의 선동’이라는 의식을 너무나 오랫동안 주입받아 온 국민들의 의식에 얼마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참 갑갑합니다.
정당이 국민의 정치적 의식을 일어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에 대해 눈감기를 바라는 정당들이 메이저로 앉아 있는 이 상황의 한국과, 아직도 노동자의 권리를 외쳐야 하는 현실. 멀리서 바라보면 늘 아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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