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출범 7개월 만에 경제민주화 공약이 사실상 폐기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의 위탁 택배 기사들에 대한 ‘갑의 횡포’ 논란이 뜨겁다.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윈회(이하 비대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23일 오후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본부가 일방적인 수수료 인하, 수량 제한, 해고 위협 등으로 위탁 기사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우정본부는 즉시 비대위와 직접 교섭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진경호 비대위원장은 “우정본부는 직접 고용관계가 없다며 그동안 우리와의 대화를 회피해왔다. 그러면서 합의도 없이 위탁계약서의 불합리한 내용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보도자료를 통해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이는 비대위와 직접 협상을 거부하는 것”이라면서 “택배기사들은 요구안이 관철될 때까지 전면적인 저항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 생존권 사수 비상대책위윈회(비대위) 등이 23일 오후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 측에 비대위와 직접 교섭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 ‘go발뉴스’

지난 16일 우정사업본부는 일일 배달물량 기준 폐지 등 우체국 위탁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비대위는 이날 “중량을 속이는 중량별 차등 수수료제 유지와 택배전용 번호판 지급에 노력한다는 것에 그친 것은 비대위의 요구를 전면적으로 무시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즉시 제대로 된 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배달수량 제한 폐지 방침은 긍정적으로 보이나 이 또한 각 우체국이 제한된 물량을 기사들에게 제공하는 현실에서 구체성이 결여됐다”고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택배 서비스 계약도 위탁업체를 통해서가 아니라 기사들과 직접 맺고, 모든 점을 비대위와 교섭에서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우정사업본부의 ‘블랙리스트’ 작성도 이날 규탄의 대상이었다. 최근 우정사업본부가 파업에 참여한 위탁업체 택배기사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를 통해 택배기사들의 재취업을 막은 정황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비대위는 “군사독재 시절에나 있었던 블랙리스트 작성은 전근대적, 비인간적 만행”이라고 비판하고는 “책임자 처벌과 사과도 언급하지 않은 점을 강력히 규탄하고, 반드시 그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체국 택배 기사들은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에 해당하며, 우체국에서 택배 업무를 위탁받은 중간 업체와 계약을 맺고 개인 소유의 트럭을 이용해 수화물을 배달하며, 건당 기본 96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는 ‘위탁의 위탁’으로 겉으로는 우체국 물건을 배달하는 우체국 택배 기사처럼 보이만 실상은 우체국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계약관계에 놓여있다.

한편, 비대위측은 오는 30일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전국 위탁 택배기사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후 우정본부가 비대위의 요구를 거절할 경우 전체 택배 기사들이 참가하는 파업도 고려중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