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사실상 파기된 가운데 공공기관인 우정사업본부가 우체국 위탁택배기사들에 대해 이른바 ‘슈퍼甲’ 행세를 해 착취 논란이 일고 있다. 이에 전국에서 모인 400여명의 위탁택배기사들이 이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이하 우체국택배비상대책위원회)는 30일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에 택배노동자 대표단을 교섭대상으로 인정할 것과 위탁계약 없이 택배기사와 직접 고용계약을 맺을 것, 그리고 중량별 차등수수료 폐지와 열악한 노동조건 개선 등을 요구했다.

▲ 우체국 위탁택배노동자 생존권 사수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가 30일 광화문 우정사업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정사업본부에 택배노동자 대표단을 교섭대상으로 인정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 ‘go발뉴스’

이날 진경호 우체국택배비상대책위원회장은 “우정본부에서 10월 1일부터 하루 130개 배달물량 제한을 풀겠다고 했는데 오늘(30일)까지 관련 공문을 받은 우체국이 없다”면서 “우정본부가 궁지에 몰리니 순간을 모면키 위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진 위원장은 이어 “우정본부에서 중량별 차등수수료제를 시행하면서 여전히 중량을 속이고 있다”며 “배달하는 물품 겉면에 ‘20Kg’이라 적혀있는 수하물도 우정본부 인터넷에 들어가 확인해보면 2Kg이라고 적어놓고 있다. 통계도 조작하고 중량도 조작하고 있다”며 중량별 차등수수료제 폐지와 단일수수료 도입을 강조했다.

▲ ⓒ ‘go발뉴스’

이날 집회에는 민주당 을지로위원회 소속 의원들도 함께 했다.

을지로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우원식 의원은 “얼마 전 양천우체국을 방문했을 때 우체국택배 노동자로부터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었다”며 “1970년 전태일 열사가 분신자살하며 했던 이 말을 43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들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이어 “도대체 우리의 43년 다 어디로 갔나”라며 “나라가 어렵게 사는 사람들 등쳐먹고 노동력 착취하려고 존재하는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우원식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우 의원은 “우정본부에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 재취업 막은 블랙리스트 작성자 처벌방안, 중량별 차등수수료 해결방안, 헌법에 어긋나는 단체가입금지 계약 조항과 같은 불공정 계약 개선 등을 요구했다”며 “하지만 아무것도 내놓지 않았다. 우릴 속인 거냐. 그러면 나쁜 정부”라고 맹비난 했다.

그는 이어 “국정감사에 우정사업본부 꼭 불러내 국회의원도 속이고 택배기사들 착취한 것에 대해 단단히 따져 물을 것”이라며 “온통 거짓말만 하는 우정사업본부에 대해 국회의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정사업본부를 담당하고 있는 국회 상임위원회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 유승희 의원은 “핵심 사안은 위탁업체가 중간에 끼어있는 점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이번 국정감사에서 우정본부의 문제점과 부패한 부분을 확실히 도려내겠다”고 약속했다.

특히 유 의원은 “위탁 과정과 배경을 파헤치는 게 쉽지 않다”며 “이를 위해 감사원에 감사청구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은수미 의원 또한 우정본부가 위탁 계약 없이 직접 택배기사들과 고용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은 의원은 “우체국 택배 로고달고 옷 입고 있으면 모든 시민들이 우체국 직원이라 생각하는 게 상식”이라며 “시민의 상식을 그대로 지키기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정사업본부를 운영하는 국민세금이 왜 중간업체 배불리고 택배기사 눈물 쥐어짜는 쪽으로 사용되느냐”며 “취임사에서 약속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와 좋은 일자리 만들겠다고 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약속을 지키라”고 촉구했다.

한편 우체국택배비상대책위원회는 오는 9일 확대간부수련회를 거쳐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는 14일부터 전국적인 파업에 돌입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