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유신정권 시절 긴급조치 위반 혐의로 옥고를 치른 통일문제연구소 백기완 소장과 장영달 전 의원이 각각 국가로부터 배상을 받게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1부(김기영 부장판사)는 3일 백기완 소장과 부인 김정숙 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2억1천6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을 내렸다.

▲ ⓒ 백기완 소장 공식사이트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헌법상 의무를 저버리고 오히려 가해자가 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며 “백기완의 장기간 구금 생활로 그와 부인이 겪었을 정신적 고통이 상당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백 선생은 1974년 1월께 개헌청원 서명운동본부 발기인으로 유신 반대 운동을 벌이던 중 중앙정보부 요원들에게 끌려가 고초를 치렀다. 이후 백 선생은 긴급조치 1호 최초 위반자로 기소돼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가 1975년 2월 형집행정지로 석방됐다. 백 선생은 작년 8월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이번 소송을 냈다.

한편 이날 같은 법원 민사합의19부(오재성 부장판사)도 장영달 전 통합민주당 (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가족 10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총 6억1천9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장영달과 같은 소수의 용기 있는 시민들의 민주화에 대한 열망과 노력이 국가의 민주화에 큰 밑거름이 됐다”며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장영달과 가족은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오랜 기간 신체적·정신적·경제적 어려움, 사회적 고립과 냉대를 겪어야 했다”고 밝혔다.

▲ 장영달 전 의원 ⓒ 미니홈피

장 전 의원 역시 유신정권 시절인 1974년 민청학련 사건에 연루돼 내란음모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7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 형집행정지로 풀려났다. 이후 그는 국민대에서 학생 시위를 부추긴 혐의로 긴급조치 9호 위반했다며 석방 8개월 만에 다시 구속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장 전 의원은 지난해 6월 긴급조치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백기완 소장과 장영달 전 의원의 무죄 소식에 네티즌들은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25년 전에도 백발에 검은색 한복, 민주화에 헌신하신 백기완 선생님. 늦게라도 다행입니다. 건강하시길”(협객****), “서슬 퍼런 유신철권통치하에서도 대쪽같이 민주화 민족자존을 외치신 분이다. 요즘 젊은 세대들은 그분의 기백을 배워야한다. 젊은 시절을 옥고로 고생만하시다가 이제야 무죄판결. 무정한 세월이었다” (이크****), “저분들의 피눈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대한민국은 뭔가?”(루울****), “당연한 일이지만,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는 것이 안타깝다. 다행이 살아계신 분들이라 배상이라도 받는 거지만, 억울하게 죽은 사람은 어쩔 건가?”(용용****)라는 반응으로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