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선거 결과, PK-TK 새누리 안방 붕괴 조짐 뚜렷

대구서 野 지지율 40% 넘어.. 당보다 인물 보겠다는 변화

 
 

수도권 지역 못지않게 관심이 집중됐던 곳은 새누리당의 텃밭인 부산경남(PK)와 대구경북(TK)였다. 선거전이 벌어지며 PK와 TK의 ‘심장’인 부산과 대구에서 야권 인사가 높은 지지율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오거돈 바람’ 차단 위해 등장한 ‘박근혜 얼굴 피켓’

이번 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새누리당 서병수 후보와 야권후보로 분류되는 무소속 오거돈 후보가 맞붙은 부산이었다. 출구조사 결과부터 두 후보는 백중세를 보여 개표 내내 앞서거니 뒤서거니를 반복했다. 새누리당 텃밭이지만 최초로 야권 시장이 나올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친박계 후보가 여당 텃밭에서 패배할 경우 ‘박근혜 심판론’이 불거질 것을 우려한 새누리당이 당력을 집중해 ‘오거돈 바람’차단에 나섰지만 오 후보의 위세는 PK의 심장을 강타하기 충분했다.

다급해진 새누리당은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주세요’를 외쳐댔고 서병수 후보는 ‘박근혜 사진’ 위에 ‘위기의 대한민국, 부산이 구합시다’라는 문구를 쓴 대형 피켓을 들었다. 보수 지지자에게 읍소해 표 결집을 유도해내기 위한 ‘박근혜 마케팅’이었다. 현직 대통령을 활용한 선거운동이 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표 12시간이 지나서야 서병수 후보의 ‘당선 확실’이 발표됐다. 두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1~2%. 표차는 2만~3만에 불과했다.

TK의 심장 대구 ‘흔들’, ‘박근혜 마케팅’으로 ‘묻지마 보수’ 집결 시도

TK의 심장인 대구도 흔들렸다. 새정치민주연합 김부겸 후보는 새누리당 지역 국회의원 12명이 총출동해 집중 지원한 권영진 후보와 맞섰다. ‘새누리당의 독식을 막아야 한다’는 대구 시민들의 자성의 목소리와 ‘대통령은 박근혜, 대구시장은 김부겸’이라는 김 후보의 캐치프레이즈가 먹히며 ‘김부겸 바람’을 만들었다.

새누리당과 권 후보는 ‘역풍’으로 맞섰다. ‘박정희 성지’로 불리는 TK의 안방을 야당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확산시키며 여당과 전통보수층을 자극했다. “앞으로 더욱 반성하겠으니 박 대통령을 도와달라”며 ‘박근혜 얼굴 피켓’을 모든 선거운동원의 손에 쥐어주었다.

두 후보의 격차가 4~5%까지 좁혀졌다는 여론조사도 나왔지만 ‘박정희 성지’에서 ‘박근혜 얼굴 피켓’은 위력을 발휘했다. ‘박정희를 봐서라도 무조건 새누리당’이라는 ‘묻지마 보수층’이 결집하면서 김 후보의 추격은 주춤할 수밖에 없었다.

 
 

40% 넘는 지지율, 당보다 인물 보겠다는 변화

김 후보의 득표율은 40.3%. 광역시장 선거에서 40%대의 지지율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누리당 독식’이 이제는 깨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들이 많다는 얘기다. 이 지역 출신이라고 하지만 야당 최고위원을 지낸 김 후보를 성원한 대구 시민들. 그 속내가 뭘까. 야당 소속일지라도 지역을 위해 일할 능력과 인품을 갖춘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지지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일 것이다.

여당 대표를 지낸 ‘거물’ 홍준표 후보와 경남도지사를 놓고 격전을 벌인 김경수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도 36.1%의 지지율로 선전했다. 홍 후보와 적지 않은 격차를 보였지만 여당 텃밭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30%대 후반 득표율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경남은 여당 땅’이라는 등식이 언제든 깨질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해 주는 대목이다.

김관용·김기현 후보가 60~70%대 후반 득표율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지은 경북과 울산광역시. 이곳만이 PK와 TK가 새누리당의 안방임을 재입증해 준 셈이다. 안방이 크게 협소해졌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앵그리 맘’들의 표심이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집중됐던 교육감 선거는 진보진영의 압승으로 끝났다. 2010년 선거에서 진보와 보수 성향의 교육감 비율이 6:10이었지만 이번에는 13:4로 뒤집혔다. 교실과 학교 혁신 요구와 공교육 황폐화 현상에 대한 높은 비판여론이 투표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진보진영 교육감 배출, 여당 안방 붕괴조짐 뚜렷

PK 민심은 진보성향의 교육감 후보를 원했다. 김석준 후보는 부산에서 현역 교육감인 보수성향의 임혜경 후보를 여유 있게 따돌리고 승리하며 부산에 진보교육의 깃발을 꽂았다. 또 진보성향의 박종훈 후보는 경남에서 선전해 보수성향의 권정호 후보를 누르고 교육감에 당선됐다.

 
 

비록 야권이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김석준, 박종훈 두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됨으로써 ‘PK는 새누리당 안방’이라는 고정관념은 깨지게 됐다. TK지역은 여전히 ‘보수세’가 강하다. 대구, 경북, 울산에서는 보수성향의 인물이 교육감에 당선됐다.

이번 선거가 확인해 준 게 있다. PK와 TK가 더 이상 보수여당을 지켜주는 ‘견고한 성’이 아니라는 것이다. PK의 심장인 부산은 크게 흔들렸고, TK에서는 당을 떠나 인물을 보려는 의미 있는 움직임이 크게 감지됐다.

PK와 TK의 심장이 요동친 선거다. 더 이상 보수여당의 텃밭이 아니라는 강한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져 주었다. 이런 의미있는 변화가 지역주의 타파로 이어지길 소망해 본다. (☞국민리포터 ‘오주르디’ 블로그 바로 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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