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아동성범죄.. ‘아이들에게 안전지대는 없다’
박모씨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으면서도 무겁게 느껴지는 건 자신의 범죄 행위를 위해 커터칼로 아이들을 위협하거나 범행 장면을 휴대폰으로 찍어 보관했다는 점이다.
물론 학교 측에서 이렇게 나오는 데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사건이 있던 당일 학교 내엔 경비원이나 당직자가 없어 적절한 조치가 불가능했단다. 그나마 평일 오후 1시에서 5시 사이엔 학교지킴이라도 배치되어 있지만, 주말의 학교 운동장은 무방비 상태 그대로인 채 방치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교 측에선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이 다 될 때까지 수사기관에서의 결과 통보가 없다며 기본적인 사건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한 채 피해학생들이 누구인지도 모르거니와 때문에 피해 아동에 대한 치료 등의 후속 조치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건 사건 발생 이후 후속 대책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또 다른 범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는 점이다. 학교 운동장에서 대낮에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 측에선 순찰 강화 등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너무나도 무사안일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우선 사건 자체를 막지 못한 건 어쩔 수 없다손쳐도 최초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학교 당국이 적절한 대응 조치를 취했더라면 2주간에 걸쳐 이뤄진 범행과 관련하여 적어도 추가 범행만큼은 사전에 충분히 예방 가능했을 테다.
범죄 행위에 대한 수사와 그에 따른 처벌은 수사 당국에서 이뤄지더라도 학교 테두리 안에서의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해야 할 의무는 엄연히 교육 당국의 몫이 되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학교 당국 역시 이번 사건의 책임으로부터 절대 자유로울 수가 없다.
비단 이번 사건과 같은 교내 성추행 내지 성폭력 사건 뿐만이 아니다. 일선 학교에선 학교 폭력과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보통 쉬쉬하며 은폐하거나 축소하려는 경향이 짙다.
지난 2월엔 전남 순천의 한 고교생이 담임교사의 체벌 이후 뇌사 상태에 빠지자 학교측이 이를 조직적으로 축소 은폐하려 한 정황이 드러난 바 있다. 아울러 최근 경기 지역 여고 교사들이 제자들과 수차례 성관계를 맺어 우리 사회에 충격을 주었던 사건만 해도 피해 학생들이 해당 학교장에게 관련 사실을 통보했지만, 학교 측에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학교 당국이나 교원들은 학내외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에 대해 왜 자꾸만 축소 은폐하려 드는 걸까? 이는 교육청 등 상부의 문책이나 이에 따른 보고서 작성과 감사 따위의 귀찮은 일거리로부터 회피하려는 좋지 않은 관행이 조직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학내 문제가 외부에 노출되면서 받게 될 따가운 눈총과 여론이 두려워 그저 이를 덮기에만 급급한 데서 빚어지는 현상이기도 하다. 조직적 특성도 한 몫 한다. 폐쇄적인 조직 내부에서의 비공개적으로 처리되는 관행이 사건을 축소시키거나 때로는 은폐하여 덮고 가려는 유혹을 떨치기 어렵게 만드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관행이 고쳐지지 않는 이상 우리 아이들에게 더 이상 안전지대란 존재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늘어난 요즘이다. 우리 아이들이 어디에서건 안전하게 생활하며 자신의 꿈을 활짝 펼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일선 학교와 교원들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여전히 무사안일한 태도로 일관하며 또 다른 피해자를 양산해선 절대 안 될 노릇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