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국가가 국민과 언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건가?”
언론보도의 자유와 공직자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법을 악용하는 대한민국 권력자들.
청와대가 지난 12일 서울남부지법에 'CBS 노컷뉴스'를 상대로 명예훼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4월 30일 노컷뉴스의 ["'조문 연출' 논란 할머니, 청와대가 섭외"(클릭)] 기사가 청와대 비서실 관계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원고는 대통령 비서실과 김기춘 비서실장, 박준우 정무수석, 박동훈 대통령비서실 행정자치비서관 등 4인이며, 대통령 비서실을 제외한 4인이 각 2천만 원씩 총 8천만 원을 청구했다고 한다.
핵심 원고인 김기춘과 박준우는 둘 다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한마디로 법에 관해서는 일반인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잘 아는 인물들이다. 특히 김기춘은 대한민국 법조인으로서 이보다 더 화려할 수는 없는 대단한 경력을 자랑하고, 아예 법을 만드는 게 주임무인 국회의원도 세 번이나 했다. 이런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 소송을 제기했으니, 언뜻 생각하면 노컷뉴스는 진짜 이들의 명예를 훼손했고 마땅히 손해배상을 해야할 것만 같다. 그런데 CBS 노조는 다음과 같은 성명을 발표한다.
과연, 김기춘과 박준우가 이런 사실을 몰랐을까? 무려 법무연수원 원장·검찰총장·법무부 장관을 역임한 사람이 이걸 모를 수가 있나? 그냥 겁주기용으로 법을 악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대한민국의 권력자들, 특히 법조계 출신들은 이런 경우가 결코 적지 않다. 우리도 이제까지 수없이 봐왔지 않은가? 국민이 무슨 말만 하면, 공직자들이 고소를 남발하는 상황은 이명박 정권 이래 박근혜 정권까지 수십 건이 계속 발생했고 지금도 그렇다. 원래는 조직의 뒤에 숨어서 기관의 이름으로 소송을 벌이다가, 법원이 '국가기관은 명예훼손의 주체가 될 수 없다'고 하니까 요즘은 특정 공직자의 이름으로 소송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에 청와대의 노컷뉴스 고소도 딱 이런 수법이다.
도대체 언제까지 국가가 국민과 언론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할 건가? 다들 알다시피, 조문 연출과 관련된 청와대의 행위가 부적절했다는 건 여러 언론의 후속보도를 통해 상당 부분 일리가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CBS 노컷뉴스를 고소했고, 이 시점에서 우리는 세월호 관련 인터뷰로 인해 구속된 홍가혜 씨에 대해서도 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홍 씨의 발언 중에는 확인되지 않은 내용도 일부 있었지만, 지금까지의 상황을 모두 종합해 보면 상당 부분 사실이었다). 홍가혜 씨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구속됐는데, 이 명예훼손의 피해자가 다름 아닌 '해경'이란다. 청와대와 해경, 과연 다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