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세계 120여 개국 인권기구 연합체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정기 심사에서 ‘등급 결정 연기’ 판정을 받았다. 2004년 ICC 가입 후 항상 A등급을 받아온 한국 인권위가 현병철 위원장 취임 후 첫 정기 심사에서 재심사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6일 인권위는 ICC 승인소위원회가 4년마다 진행하는 정기 등급심사에 대해 지난달 31일 “한국 인권위가 2008년 권고 내용 일부를 고치지 않아 기존 A등급에 대한 재승인 심사를 2014년 하반기 회기로 연기할 것을 권고한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ICC는 등급 결정 연기 이유로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인권위원 임명의 다양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조항이 없고, 위원들이 독립적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 면책특권 등이 명시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최근 ICC가 승인 심사를 강화해 최종 결정을 연기하는 추세로 2013년 하반기에 심사받은 9개국 중 독일을 포함한 8개국이 등급 결정 연기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 ⓒ 국가인권위원회

하지만 인권위 비상임위원직였던 서울대 조국 교수는 “국제적 망신”이라며  인권위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 교수는 7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고 “ICC가 인권위원 선정의 투명성 문제, 인권위원과 직원의 다양성 보장 등의 문제를 지적했지만 핵심은 현병철 위원장의 현 국가인권위원회가 정부로부터 독립되지 못하다는 판단”이라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청와대 민간인 불법사찰 경우의 경우를 예로 들었다. 조 교수는 “인권위는 민간인 사찰 문제를 계속 회피하다가 결국 직권조사를 통해 청와대 민정수석들이 개입됐다고 해서 재발방지처분을 공고했다”며 “이에 청와대가 ‘민간인 불법사찰은 근절되어야 됩니다’라는 두 문장의 회신을 보냈고, 인권위는 이를 임의로 ‘그 결정을 수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시쳇말로 알아서 기고 있는 것”이라며 “정부의 부담되는 정치 권고는 최대한 하지 않고 권고를 한 경우에서 정부가 두 줄짜리 문장을 보낸 ‘잘 했다’라고 하면서 그걸 수용한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 교수는 지난 2010년 11월에 인권위 비상임위원을 사퇴하며 제출한 사퇴서에 “현재 인권위원회가 ‘인권’의 잣대가 아니라 ‘정파’의 잣대를 사용해서 국가권력의 인권침해에 대한 견제, 비판 이런 본연의 역할을 방지하고 있다. 국가권력에 맞서는 인권위원장의 당당한 모습은 사라지고 국가권력의 눈치를 보는 인권위원장의 초라한 모습만 남았다”는 강한 어조로 비판한 바 있다.

초대 국가인권위원을 지낸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도 6일 자신의 트위터에(‏@nohyunkwak) “초대 국가인권위원으로서 비통하다”며 현병철 인권위를 바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