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불륜설을 퍼뜨렸다는 이유로 재판에서 유죄를 받은 가정주부가 37년 만에 무죄를 받았다.

서울고등법원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빈)는 31일 1977년 긴급조치 9호를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이듬해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박 모 씨에 대한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가정주부였던 박 씨는 지난 1977년 8월 서울 강남의 한 지인 집에 놀러가 이야기를 나누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유명 탤런트 정 모 씨 집에 드나들었다는 소문을 이야기했다.

또 박 씨는 옆집에 사는 지인이 “박 대통령이 정모 탤런트 집에 드나드는 것을 알게 되자 경호원이 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했다”며 덧붙여 말하기도 했다.

이후 박 씨는 박 전 대통령과 정 씨가 밀접한 교제관계를 맺고 있는 것처럼 허위사실을 날조·유포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는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 금지하거나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위헌·무효인 긴급조치 9호를 적용해 공소가 제기된 이 사건의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한 때’에 해당하므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 ⓒ 영화 <신이 된 대통령> 장면 캡쳐

이에 박 씨의 남편 A 씨는 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일이 없어져야 되는 사회가 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A 씨는 이날 인터뷰에서 사회자가 “도대체 37년 전에 아내가 어디서 무슨 얘기를 한 건가”라고 묻자 “어디서 무슨 얘기를 한 게 아니다”며 억울해 했다.

A 씨는 “어느 날 갑자기 수사관이 찾아와 ‘사모님이 아무개 집에서 (박 전 대통령) 불륜설을 얘기했는데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습니까’고 물었다”며 “집사람이 1년 전 얘기라 기억을 못하자 (수사관이) 집요하게 ‘기억을 해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중에 담당 수사관이 사무실에서 ‘만약 여기에서 사모님이 기억이 안 난다고 하면 대통령에 대한 유언비어를 날조하고 유포한 죄를 면치 못한다’고 얘기해 집사람이 당황했다”며 “그래서 (아내가) ‘기억이 안 나는데 내가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하자 (담당 수사관이) ‘막내동서한테 얘기를 들었다고 하라’고 강요한 사실도 밝혔다.

또 A 씨는 “아내는 박 전 대통령 불륜설을 입에 올린 적이 없다”며 한 여성이 박 전 대통령 불륜설을 들먹인 사람으로 아내를 지목하면서 날벼락 같은 일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A 씨는 정치범이라는 이유로 구치소에서 독방 생활을 했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리며 “지금도 이 얘기를 끄집어만 내도 몸서리를 친다”고 말했다.

박 씨는 억울하게 감옥생활을 한 뒤부터 한동안 대인기피증까지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내가 해외 출국을 하든지 출장을 가든지 이러면 반드시 관할 경찰서 정보과에 신고를 해야 했다”며 “그런 피해가 참 말로는 못한다. 아내가 감옥에서 나왔어도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를 없앨 때까지는 집을 떠날 때는 신고를 해야 했다”며 억울해 했다.

A 씨는 “이렇게 억울한 일이 없어지는 사회가 와야 한다”면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위헌인 유신독재로 국민탄압 한 거니까 무죄는 당연한 판결이”(gom****), “아...진짜 저런 시대가 있었구나”(yah****), “북한과 같은 시절이었지”(통영****), “유신시절엔 말 한마디 잘못하면 다 고생했지. 밤말은 쥐가 듣고 낮말은 새가 듣고, 그때가 그리운 사람들이 많을거다”(해바****)라는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