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루'

돼지를 소재로 파격적인 퍼포먼스와 사진작품을 선보여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사진작가 김미루가 3년만에 사막에서 낙타와 함께 한 사진작품으로 돌아왔다.

김미루 작가는 이번 사막 촬영을 위해 2012년부터 최근까지 몽골, 인도, 이집트 등을 방문해 현지인들과 함께 생활하며 낙타와의 호흡을 맞추는 작업을 벌였다.

김 작가가 사막에 간 이유는 무엇일까? 낙타의 진화론에서 비롯된 그들만의 평화를 배우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자신들을 위협하는 요소들에서 벗어나 사막이라는 각박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몸을 만든 낙타는, 거대한 사막에서 탁월히 적응하고 견딜줄 아는 기적의 포유류’라고 김 작가는 말한다.

그녀는 낙타가 ‘열어낸’ 사막이라는 공간에서 인간의 존재 자체에 대해 고민을 시도했다. 어쩌면 지구의 모든 환경을 정복하고 싶어 하는 인간이 사막에서 살기 위해 낙타를 길들인 것이 아니라 낙타가 자신의 옆자리를 인간에게 비워준 것이 아닐까? 짧지 않은 사막 생활에서 그녀가 찾아낸 답이다.

▲ ⓒ'김미루'     ▲ ⓒ'김미루'

김미루 작가는 25일 ‘go발뉴스’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사막에서 살 수 있는 포유류는 낙타뿐이다. 조용히 느릿느릿 걸어 다니면서 사는 모습이 평화의 상징이라 보여졌다”며 “인간은 그런 낙타에게 기댐으로써 사막에서 살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 원초적인 인간의 모습과 낙타의 예지에서 비롯되는 평화를 표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김미루 작가는 이번 작품을 마무리 할 무렵 요르단 사막 한 가운데 자신의 스튜디오를 차렸다. ‘낙타가 자신의 몸을 변화시켜 사막에서 평화를 추구했던 것처럼 본인 스스로도 그런 적응을 통해 평화를 얻고 싶었다’는 게 작업실을 세운 이유다. 미국 뉴욕시에 있는 집을 놔두고 그는 요르단 사막에서 당분간 기약없이 그 평화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귀뜸했다.

▲ ⓒ'김미루'     ▲ ⓒ'김미루'

그는 작품의 촬영지가 중동이었던 만큼 여자의 벗은 몸을 터부시 하는 무슬렘문화로 인해 겪었던 아슬아슬한 해프닝도 털어놨다.

작품을 제작하는 작가 자신은 상관없었지만 가이드나 도움을 주는 중동인들에게 벗은 몸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것을 돕는 일은 상당히 위험했고 어려웠던 일이라는 게 김 작가의 설명이다.

김 작가는 “숨을 곳 하나 없는 사막에서 누군가 촬영 모습을 볼까봐 정말 무서웠다”며 “촬영하고 있는데 모래 언덕에 올라가 있던 망을 보는 추장이 빨리 옷을 입으라고 소리를 질렀다. 누군가가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오토바이를 타고 왔던 것이다. 누군지는 확인하지 못했지만 들킬까봐 정말 아찔했다”고 가슴을 쓸어 내렸다.

▲ ⓒ'김미루'     ▲ ⓒ'김미루'

3년만에 돌아온 김미루 작가의 사진전 <낙타가 사막으로 간 까닭은?>은 오는 3.27~4.29 서울 종로구 트렁크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를 개최한 트렁크갤러리 측은 “작가는 문명을 떠나 오지라고 하는 그 곳에서 자신의 고정관념을 해체해보겠다는 도전을 했다”며 “‘더럽다’, ‘비 문명적이다’는 사막에의 도전을 통해 사막에게, 낙타에게 질문하는 것이 곧 그녀의 작업이고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미루 작가는 뉴욕 컬럼비아대 불문학과를 졸업했고, 뉴욕 플랫인스티튜트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누드 사진 뿐만 아니라 폐쇄된 기차역이나 버려진 공장, 파리 지하묘지의 납골당, 돼지 퍼포먼스 등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은 작가다. 또한 대한민국의 대표적 지성으로 꼽히는 도올 김용옥 선생의 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 ⓒ'김미루'

 ‣3.25 [독점] 작가 김미루..‘낙타가 사막으로 간 까닭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