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압적 노동탄압.. ‘손잡고’ 반가운 단비

“손잡고 운동 오해․혼란 없어야”

정당한 노동운동에 대해 폭압적인 탄압을 했던 과거 군사정권 시절이 마무리 된 후에도 노동운동은 아직 이 사회에서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그 잡아다가 두들겨 패고 감옥에 집어 넣고 하는 폭압적인 탄압의 정도가 약해졌을 뿐, 더욱 더 살벌한 “경제적인 탄압”이 이루어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노동운동을 이끄는 사람들도 다 잘한 것은 아니다. 그들 역시 80년대 말 운동권 문화를 아직도 버리지 못하고 안주하고 있으며, 고립과 퇴행을 겪기도 했다. 그 결과 젊은 계층은 노동 운동으로 유입되지 못하고 있고, 대가 끊겨가는 상황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 당장 부당하고 불법적인 해고를 당해 회사에서 쫓겨나고 이에 맞서 싸우는 사람들의 고통을 외면하면 안 될 일이다. 그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언제 우리들 자신도 그와 똑 같은 상황에 처할지도 모르는 것이며, 이 사회에 최소한의 정의는 살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탄생한 ‘손잡고’ 라는 아이디어에 대해 왜 이제사 이런 움직임이 생겨나는가 하는 탄식을 할 정도로 반갑게 느껴졌던 것도 사실이다. 물론 동참해야 한다.

여기에 미묘하고 애매하지만 약간 걱정스러운 부분이 있기에 그걸 정리해 보려고 한다. 하지만 절대, 이 움직임 자체가 틀려먹었으니 집어치우라는 얘기가 아님을 덧붙여 놓고 시작하겠다.

노조를 상대로 사측이 법원에 손배소를 제기한다. 그리고 법원은 그 판결을 내리거나, 혹은 판결 이전에 가압류 처분이라도 내리게 된다. 이 상황은 회사에 맞서 싸우고 있는 노조원들에게는 치명적인 일이 된다. 물론 회사는 이런 위협속에서 아무 말 말고 회사를 그만두기만 하면 소송을 모두 철회해 주겠다는 회유 작업을 병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렇게 포기하게 되면 싸움은 중단되고 노조에 대한 탄압, 부당하고 불법적인 해고는 일상화 될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당사자가 아닌 사회의 구성원들, 즉 우리들이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인가?

제일 시급한 문제는 이런 식의 소송이 제기되지 못하도록 법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다. 그러나 법과 제도를 정비할 임무를 가진 사람들은 국회의원들이다. 결국 사람들을 모아 노동운동과 관련된 손배소 제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논리를 개발하고, 그 주장을 국회에 전달해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입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 대안인 것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단시간 내에 이루기 힘든 일이겠지만 그렇게 많은 돈이 필요한 일은 또 아니다.

그리고 그 일이 진행되는 동안 당장 가압류 등을 통해 생존 자체가 어려워진 노조원들과 그의 가족들을 돕는 것이 필요하다. 이 일은 피해를 보고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많을수록 비례해서 많은 돈이 필요한 부분이다. 거기다가 돈이 부족할 때, 과연 누구는 생계비를 지원하고 누구는 지원하지 않는가 하는 선택의 문제가 심각하게 등장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서, 만약 손해배상 판결이 실제로 내려진 경우는 어째야 할까? 사람들이 돈을 모아 그 보상금을 대신 납부해 줘야 할 것인가? 이 문제는 쉽게 답하기 힘들다. 사람들이 모금을 통해 모은 돈으로 대신 갚아 주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크다. 지금 쌍용차의 경우 47억 정도의 손배소가 걸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집계에 따르면 손배소, 가압류 등으로 걸려있는 총액은 천억원이 넘는 규모이다.

여유가 되면 갚아 주는 것도 좋다. 노조원들의 법적인 신용상태를 회복해 줄 필요도 있다. 그러나 그걸 돈으로 갚아줄 일은 아니다. 만약 일부만을 갚아 주게 되면 과연 누구는 갚아주고 누구는 안 갚아주냐는 선택의 문제가 또 따라오게 된다. 쉽지 않은 일이다.

‘손잡고’측의 주장에서는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운동은 손배소에 의한 손해배상금액을 직접 갚아주자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이 점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며 중요한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금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이 부분을 혼동하고 있다. 최초로 이 운동이 시작된 지점이 바로, 4만7천원의 현금과 함께 전달된, 10만명이 4만7천원씩 내면 47억을 갚아 줄 수 있다는 제안에서 시작된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펀딩 목표액 조차 10%인 4억 7천으로 설정되어 있고, 그 금액을 넘어 서는 모금액이 모이고 있는 중이다.

이미지출처 : 물뚝심송 블로그
이미지출처 : 물뚝심송 블로그

연예인 이효리씨의 동참으로 모금은 가속되었고, 이 점에 대해 나 또한 무척이나 고마운 마음이 든다.

모금은 매우 신중히 해야 하며 모금된 결과 모인 돈의 사용처도 매우 투명하고 조심스럽게 처리해야 한다. 또한 모금의 목적과 목표액, 필요한 예상 소모처 등을 소상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런 모금이 위험한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참여한 사람들이 나중에 자신의 생각과 다른 용도로 돈이 사용되었음을 알게 될 때 분노해서 다시는 이런 좋은 일에 참여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제일 심각한 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손잡고’ 측에서는 이 운동이 손해배상액을 갚아주기 위한 모금은 절대 아니며, 법 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활동자금과 피해자 가족들의 생계비 지원에 사용될 예정임을 좀더 뚜렷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그렇지 않으면, 사람들은 자신들이 피해를 입은 노동운동가들의 빚을 대신 갚아줬다고 착각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착각은 오해를 낳고 분노를 낳고 불신을 낳는 씨앗이 된다.

또 하나 위험한 부분이 있다.

피해자 가족의 생계를 돕는 경우, 과연 누구부터 도울 것인가, 어떤 가족까지 도울 것인가 하는 명확한 룰을 만들어 동의를 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쌍용차 노조원들은 매우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싸움의 현장에서 가장 널리 알려져 있고, 그 동안에도 가장 큰 지원을 받았던 분들이다. 그러나 싸움은 거기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고, 피해자는 거기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입장을 바꿔 생각해보자. 만약 내가 쌍용차와 유사하게 부당해고에 의해 생계가 파탄 지경에 이른 다른 회사의 노조원이라 할 때, 그들이 겪게 될 심정적 소외감은 무엇으로 치료가 가능할까? 쌍용차는 유명하게 널리 알려지기나 했지, 우린 뭔가 하는 그 깊은 탄식은 누가 어루만져 줄 수 있겠는가 하는 질문이다.

그 상황에서 널리 알려져 있다는 이유만으로 쌍용차 관련 피해자 분들의 생계지원금을 우선 배정하거나 하는 일이 생기면, 이 또한 노동운동계 내부의 분쟁의 씨앗으로 남게 될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 특히나 좋은 일을 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부디 좀더 많은 분들이 이 ‘손잡고’의 활동에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비는 마음뿐이다. 그리고 ‘손잡고’ 측에서는 모인 돈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거운 수많은 분들의 눈물겨운 마음의 의미를 언제나 잊지 마시고, 누구나 동의할 수 있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실무 처리에 만전을 기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부디 성공하시길 빈다. (☞ 국민리포터 물뚝심송 블로그 바로가기) 

‣3.19‘데일리 고발뉴스’ 국민리포터 물뚝심송 고발리포트 (6분20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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