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군대’ 자살 병사 조의금 회식비로 사용

“진급하는 데 힘들지 않겠나” 수사 과정에서 은폐·조작까지

지난 2011년 12월 가혹행위를 당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김 모 일병의 조의금 290여만 원을 여단장인 도 모 대령이 횡령한 일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 결과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게다가 김 일병의 자살과 관련한 군의 수사 과정에서도 사실을 은폐하고 조작한 정황이 포착돼 문제가 더 심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겨레>에 따르면 이 같은 사실은 숨진 김 모일병과 같이 군 복무를 한 김준수 씨가 인터넷에 당시 쓴 일기를 올리면서 알려졌다. 2012년 11월 전역한 김 씨는 한 인터넷 게시판에 해당 ‘일기’를 올렸고, 숨진 김 모 일병의 아버지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다. 김 일병이 선임병의 폭언과 잠 안 재우기 등 가혹행위를 당했고, 이 때문에 평소 우울증 약을 먹는데도 부대에서 상담·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당시 헌병대는 김 일병이 충동적으로 자살한 것으로 전제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김 씨는 “헌병이 ‘(숨진) 병사가 약을 많이 먹어서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습니까?’라는 식으로 물었고 ‘네’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헌병대는 목격자 진술 내용을 조작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헌병 조사 때 실제로 진술한 내용과 제대하고 나서 유가족들이 보여준 수사기록이 달랐다. 헌병은 조사 당시 진술기록을 다 보여주지도 않고 지장을 찍게 했다”고 주장했다.

숨진 병사가 목을 맨 현장을 목격한 또 다른 목격자인 김 모 일병이 사고 현장을 발견한 시점도 군 수사기록에 거짓으로 기록된 것으로 보인다. 권익위 관계자는 <한겨레>에 “군 수사기록에는 (또 다른) 김 일병이 오후 2시 근무를 마치고 행정관에 갔다가 5분 만에 (자살한) 김 일병을 발견했다고 기록돼 있지만, 실제 현장 조사를 벌인 결과 근무지부터 화장실까지는 걸어서 10분 이상이 걸릴 만큼 먼 거리다”라고 말했다.

더욱이 당시 전 모 중대장은 김 일병을 처음 발견한 김 씨를 따로 불러 허위 진술도 강요했다. 전 중대장은 그에게 “육군 부사관 지원을 할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사망사건에 연루되면 기록에 남고 굉장히 큰 오점이다. 너도 나도 진급하는 데 힘들지 않겠냐”며 “내가 (숨진 김 일병이 먹던 항우울제인) 프로작을 직접 관리했고 매일 상담했다고 (헌병대에) 진술해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하지만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실제 전 중대장은 관심사병으로 매일 면담해야 할 책임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 대신 행정보급관, 소대장, 병장 등이 작성한 관찰일지 등을 짜깁기한 상담일지를 연대 행정통합업무시스템에 기록했다. 부작용으로 자살 충동이 우려되는 약물인 ‘프로작’ 관리도 박 모 상사에게 맡겼다.

ⓒ 뉴스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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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어 당시 김 일병 부대의 도 모 여단장은 국군병원에 마련된 김 일병의 빈소에 모금된 군 장병 조의금 158만5000원을 임의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 부대의 인사 담당관은 유족이 없는 상황에서 조의함을 연 뒤 여단장의 지시를 받아 20만원을 헌병대에, 10만원을 기무반장에게 전달하는 등 모두 90만원을 격려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인사 담당관은 조의금을 유족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지만, 유족들은 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권익위는 밝혔다.

특히 이 사실을 알린 김준수 씨는 3일 <한수진의 SBS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도 “여단장의 지시로 (병사들이 모은) 조의금을 회식비로 사용하고 군 수사기관에도 회식비로 얼마를 주었다”고 밝혔다.

현재 김 일병의 가족들은 지난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아들이 가혹행위로 사망했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냈다. 또 권익위에 아들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조의금의 행방을 확인해 관련자를 엄중 처벌해 달라고 요구했다.

사건을 조사한 권익위는 육군참모총장에게 “김 일병의 사망을 ‘순직’으로 처리하고, 여단장 등 관련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처벌할 것”을 권고했다. 권익위의 통보에 따라 육군본부 헌병대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김관진 국방장관도 철저히 조사해 관련자들을 엄중 처벌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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