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한 “불법 시위 국회의원 체포 검토” 발언 논란

법조계 “반민주적 발상”.. 정권 코드 맞춘 강경 발언?

이성한 경찰청장이 3일 “국회의원도 불법집회에 가담하면 현장에서 연행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고 있다.

야당과 시민단체 등은 “대법원 판례에 역행하는 방안인데다 정치인 활동을 위축시킨다”고 비판했고, 법조계에서는 “참가만으로 국민 대변하는 국회의원을 체포하겠다는 발상은 반민주적”이라고 꼬집었다.

이성한 경찰청장. ⓒ '트위터(whitefireg)'
이성한 경찰청장. ⓒ '트위터(whitefireg)'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청장은 이날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불법집회에 참가한 경우 통상 경찰은 보호 조치를 해왔었는데, 집회·시위에 휩쓸리다가 이들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했다고 항의하는 경우가 있어 이를 막기 위해 급급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청장은 이어 “집회 현장에서 불법행위가 발생하면 바로 연행할 수 있는 불법집회 분위기를 현장에서 바로 꺾어버릴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 청장은 이날 작심한 듯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을 사용했다. 박근혜 정부 이후 불법 집회·시위 엄단 기조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청장이 정권 코드에 맞춘 강경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경향>은 전했다.

그러나 이 청장의 발언은 대법원 판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이 많다. 대법원 판례는 미신고 집회나 사전 금지된 집회라 하더라도, 실제 이뤄진 집회가 당초 신고 내용과 달리 평화롭게 개최되는 등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해 명백한 위험을 초래하지 않은 경우에는 이를 해산하거나, 이에 불응한다고 처벌할 수 없다.

지금까지 대부분 집회에 참가한 국회의원들이 실제 경찰에게 폭력을 행사한 경우가 없는 데다 집회 참가자들과 함께 불법으로 도로를 점거했다고 해도 평화롭게, 공공의 안녕질서에 해를 끼치지 않도록 했다면 쉽사리 제재를 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박주민 사무차장은 “집회에 참가하는 국회의원의 행동은 사실상 국민을 대변하려는 의정활동으로 봐야 한다”며 “이를 막으려는 경찰의 방침은 법치를 내세워 국회의 기능을 무시하는 공안통치식 발상”이라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은 어수선한 집회현장에서 불법성을 정확히 재단할 합리적인 기준이 없다고 비판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한국일보>에 “경찰은 유독 권력에 비판적인 집회를 과잉 진압한다”며 “눈에 불을 켜고 불법을 찾아내는 것보다 오히려 평화로운 집회에 참가한 대다수의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 경찰의 역할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경찰과 집회 참가자들의 대립이 과격한 상황으로 번지는 것을 중재하고, 타협안을 도출하는 정치인들의 역할을 간과했다는 비판도 나온다고 <한국>은 전했다.

김민기 민주당 의원은 “집회 현장에 나가는 주요인사가 거의 야당 국회의원이라 야당의 현장 의정활동을 위축시키는 발언”이라며 “설령 불법집회라도 국민이 왜 모였고, 무엇을 호소하는지 파악하는 게 국회의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발뉴스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