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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박2일 동행 취재기]희망버스 다시 시동걸다“노동자 죽이지 마라” 전국 각지서 33대 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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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다빈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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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3.01.06  18:34:05
수정 2013.01.07  12: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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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하 11도의 강추위가 맹위를 떨친 5일, 대한문 앞에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민주노총과 3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이 꾸린 ‘비상시국회의’가 주최하는 희망버스를 타기 위해서다. 이날 대한문 13대를 포함해 총 33대의 희망버스가 울산・부산을 향했다. 희망버스를 통한 시민들의 희망찾기는 그렇게 1년 3개월여만에 다시 시작됐다.

go발뉴스 취재팀은 대한문 앞에서 '희망버스' 12호차를 탔다. 함께 탑승한 참석자들은 이동시간을 활용해 각자 희망버스에 오르게 된 이유를 말했다. “철탑 위에 올라간 분들이 안타깝고 그런 일들이 없었으면 좋겠다”, “함께 연대하면 희망이 빨라질 것 같다”, “제 자신이 위로받기 위해 간다” 등 다양한 반응들이 쏟아졌다. 국가인권위원회 직원으로 일한다는 한 남성은 “인권위가 역할을 못해 부끄럽다”며 “인권이 보장되는 국가가 되려면 노동권이 보장돼야 하기에 참석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버스는 5시간여만에 울산 현대자동차 송전탑 농성장에 도착했다. ‘불법파견 인정하고 모든 사내하청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 ‘정규직 전환 없는 신규 채용 중단하라’ 등 곳곳에 비정규직 차별을 규탄하는 현수막이 나부꼈다. 이곳에서는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촉구하며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최병승 씨와 천의봉 씨가 5일로 81일째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었다. 20M의 철탑에서 그들은 그렇게 새해를 맞고 있었다.

   
▲ 최병승, 천의봉 씨가 20M 송전탑 위에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 go발뉴스

송전탑 위의 천의봉 씨는 농성장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자신의 일기를 읽어갔다.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과 잇따른 노동자 자살에 대한 고통이 묻어났다. 천 씨는 “고생한 김에 조금만 더 고생해서 좋은세상 만들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최병승 씨도 이어지는 발언을 통해 “힘들고, 춥고, 사람들이 보고싶고,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배신할 수는 없다. 비정규직 철폐하고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간절히 외쳤다. 농성장에 모인 인파들은 “천의봉, 최병승 동지 사랑합니다. 끝까지 함께하겠습니다”라며 송전탑을 향해 다 같이 머리위로 하트를 그렸다.

   
▲ 희망버스 참석자들이 고공농성 중인 최병승, 천의봉 씨를 향해 하트를 그리고 있다. ⓒ go발뉴스

희망버스는 다시 부산을 향해 출발했다. 1년 3개월만의 부산행이었다. 앞서 희망버스는 지난 2011년 6~10월 기간동안 다섯 차례에 걸쳐 부산을 향한 바 있다. 당시 309일 동안 크레인 농성을 벌인 김진숙 지도위원을 살리고,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서였다. 수만명의 시민 참여가 이어지며, 2011년 11월 한진중공업 노사의 ‘1년 이내 해고자 복직’에 합의를 이끌어냈다. 92명의 노동자가 복직되며 문제가 해결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이들은 곧바로 “일감이 없다”는 이유로 무기한 휴직에 들어가야 했다. 한진중공업은 정리해고에 항의해 파업을 벌였던 금속노조와 한진중공업지회를 상대로 15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고, 노동자 최강서 씨는 지난해 12월 21일 노조탄압을 규탄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진중공업 앞에 차려진 무대에서 비상시국회의 참가단 대표들은 “노조탄압이 극에 달해 더 이상 버틸 힘이 없는 이들이 죽고 있다”며 “노동자들을 더 이상 죽이지 마라”고 호소했다.

고 최강서 씨의 부인 이선화 씨가 무대에 오르자 현장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이 씨는 “정리해고 이후 2년 동안 힘들게 지내왔는데, 재취업 3시간만에 무기한 강제휴업을 시키고 남편을 절망에 빠뜨려 목숨까지 앗아간 한진중공업이라는 회사가 원망스럽다“며 ”유서엔 한진중공업 동료들에게 지회로 돌아오라고 했습니다. 꼭 돌아와서 승리해주십시오. 우리 아이 아빠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해주십시오“라며 울먹였다.

   
▲ 고 최강서 씨의 부인 이선화 씨가 울먹이며 참석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 go발뉴스

   
▲ 한진중공업 앞 희망버스 행사장에서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 go발뉴스

2011년 희망버스를 이끌어낸 당사자였던 김진숙 민주노총 지도위원의 발언도 이어졌다. “강서야. 네가 없어도 해는 뜨고 네가 없는 세상에서도 시간은 흘러 그렇게 16일이 지났다. 널 냉동실에 눕혀놓고 꾸역꾸역 밥을 먹는 우린 이 겨울이 참 춥다”며 “목숨을 건 철탑농성을 기만하고 죽음마저 외면하는 저들과 끝까지 싸워 우리 힘으로 동지들을 내려오게 하고 강서를 편히 보내주자”고 호소했다. 노래 공연과 참석자들의 발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진중공업 앞에 차려진 최강서 씨의 분향소 조문으로 ‘희망버스’의 일정은 끝이 났다.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무대발언을 하고 있다. ⓒ go발뉴스

   
▲ 한진중공업 앞에 마련된 고 최강서 씨의 분향소에 시민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 ⓒ go발뉴스

대선 이후 노동자 5명이 목숨을 끊었다. 고공농성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자동차 외에도 쌍용자동차 노동자 3명이 48일 째 땅을 밟지 못하고 있다. 홍종인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의 굴다리 고공농성도 78일째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정치권과 기업의 반응은 싸늘하다. 희망버스 당사자인 한진중공업은 4일 부산지역 일간지에 광고를 내고 “임직원 모두의 몸부림과 일감 확보를 위한 소중한 불씨가 외부세력의 무분별한 시위 등으로 꺼져가지 않도록 시민들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희망버스 저지를 호소했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4일 쌍용차 고공농성장을 찾은 자리에서 쌍용차 국정조사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당선인은 노동문제에 대해 묵묵부답이다.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희망버스'는 계속될 방침이다. 오는 18일을 전후로 '비상시국회의'가 준비하는 대규모 시국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2013년 노동자들의 절망적인 현실에서 시민사회와 노동계는 그렇게 스스로 희망 찾기에 나섰다. 이들은 정치권과 재계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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