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 동문기자들에 “편향보도.. 도와달라” 이메일

“동문의 정에 호소.. 보도 방향 바꾸려는 의도?”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비인격적 처우와 업무 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중앙대가 모교 출신 기자들에게 “도와 달라”는 이메일을 보내 파문이 예상된다.

<한겨레>에 따르면, 중앙대 국문과 74학번이라고 자신을 밝힌 이태현 중앙대 홍보실장은 15일 중앙대 출신 언론인 모임인 ‘중언회’ 소속 언론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청소노동자 문제) 이면에는 특정한 세력이 청소노동자들의 눈물을 앞세워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도가 있다”며 “일부 언론이 여전히 편향된 보도를 하고있으니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 홍보실장은 “학생들의 기말고사 기간, 게다가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중대한 기간에 총장실 불법 점거로 폐해가 막심하다”며 파업의 피해를 담은 자료도 첨부해 함께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메일에서 중앙대는 청소노동자 문제에 학교 쪽이 개입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홍보실장은 “어느 청소원이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으로 누르지 말고 팔꿈치로 누르라고 하더라’고 했는데 아무리 우리가 미개하다고 해도 엘리베이터 버튼을 팔꿈치로 누르라고 했을까”라며 “이 문제는 전적으로 우리 대학의 환경을 담당하는 용역업체와의 분쟁”이라고 주장하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비록 협력사라고는 하나 우리 대학이 관여할 수 없는 경영상의 문제로서 이를 우리 대학에 해결하라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이라고 밝혔다. 이 홍보실장은 “23일 신년하례 자리에서 뵙겠습니다”라는 인사로 메일의 끝을 맺었다.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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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일을 받은 기자들 중 일부는 부적절한 메일이라며 항의 메일을 보냈다. 자신을 중앙대 04학번이라 밝힌 한 신문사 기자는 “신년하례회 자리를 빌어 동문의 ‘정’에 호소해 보도의 방향을 ‘다른 방향의 편향’으로 바꾸려는 의도냐”며 반발했다. 이에 중언회 간부가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파문이 커지자 이 홍보실장은 “제가 언급한 ‘특정한 세력’은 민주노총 서경지부(서울경인지역)를 의미하는 것이었으며, ‘달성하려는 목적’은 용역업체의 ‘단체협약’ 체결에 관한 것”이라며 “저는 이 정도의 부탁은 드릴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여 말씀드렸다”고 해명했다.

학교 출신 기자들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을 주선한 것으로 알려진 중언회의 간부는 “학교 내 분규가 오래 지속되고, 이로 인해 대외 이미지도 많이 추락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안타까움의 심정에서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자 하는 뜻에서 언론 동문들의 도움을 부탁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이 농성중인 천막에는 한 초등학생이 “(이번 사건을 통해) 하청업체가 얼마나 나쁜지 대학교는 얼마나 무책임한 지 알게 됐다”며 “임금도 적고, 환경도 열악하고 게다가 대자보 하나에 100만원이라니… 힘내세요!”라는 내용이 담긴 붙인 ‘손글씨 대자보’가 붙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또 지난 9일에는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중앙대 분회 소속 교수들이 성명을 내고 “청소 노동자 문제 해결에 총장이 직접 나서라”며 중재를 요청했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12월부터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파업 중이며, 지난 8일에는 작업중 ‘콧노래 금지’, ‘외부인사와 면담 금지’ 등 인권 침해적인 사항을 담은 중앙대와 용역업체 사이의 도급계약서가 공개돼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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