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9년 12·12 군사쿠데타 당시 신군부에 맞서 싸우다 순직한 故 김오랑 중령에게 35년 만에 보국훈장이 추서된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정부는 14일 국무회의에서 김오랑 중령에게 보국훈장 삼일장을 추서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앞서 지난해 4월 국회는 민주당 민홍철 의원이 발의한 ‘고 김오랑 중령 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후 국방부는 특전사령부·육군본부를 거쳐 공적심의를 진행했다.

▲ ⓒ 故 김오랑 중령 추모회

故 김오랑 중령은 정병주 특전사령관의 비서실장(당시 35세)이던 1979년 12월13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이끄는 신군부가 군사반란을 진압하려는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체포하기 위해 서울 송파구 거여동 특전사령부를 급습하자 권총을 들고 쿠데타군과 총격전을 벌이다 6발의 총탄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다.

김 중령의 시신은 부대 뒷산에 묻혔다가 동기생들의 탄원으로 이듬해 2월에야 국립묘지에 안장됐다.

1987년 민주화 뒤 ‘김오랑 기념사업회’ 등을 중심으로 정부 차원의 추모사업과 추모비 건립, 훈장 추서에 대한 요구가 30년 가까이 계속돼 왔다.

1990년 부인 백영옥씨의 노력으로 중령으로 추서됐지만 명예회복의 길은 멀고도 더뎠다. 그사이 김 중령의 부인과 어머니는 세상을 떠났다.

김 중령의 육사 동기로 절친한 친구였던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김 중령의 묘 앞에서 대성통곡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당시 육군대학 교관이었던 남 원장은 학생들 앞에서 김 중령을 예로 들며 “군인은 자기 군복의 명예를 위해 기꺼이 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의하기도 했다. 그 때문에 남 원장조차 연거푸 진급에서 누락됐다.

‘고 김오랑 중령 무공훈장 추서 및 추모비 건립 촉구결의안’은 17·18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으나 통과되지 못하다 지난해 4월에서야 결의안이 국회 국방위를 통과했다.

하지만 정부는 애초 ‘김오랑 기념사업회’가 요구했던 무공훈장 대신 보국훈장을 추서했다. 특히 국방부는 김 중령에게 무공훈장을 추서하는 것과 관련해 줄곧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국방부는 무공훈장의 경우 ‘전시 또는 이에 준하는 비상사태에서 전투에 참가하거나 접적 지역에서 적의 공격에 대응하는 등 전투에 준하는 직무 수행으로 뚜렷한 무공을 세운 사람’에게 추서하도록 돼 있어, 김 중령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4월 국방위 통과 과정에서도 김 중령에게 ‘무공훈장’을 수여하는 것이 맞느냐를 놓고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결의안에서 ‘무공’이란 말은 빠진 채 이번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것이다.

뒤늦게나마 김오랑 중령에 보국훈장이 추서되자 네티즌들은 “12.12쿠데타 김오랑 중령 훈장이 추서 된 것은 환영할 만하다. 하지만 좀 더 높은 예우를 했어야 했다. 역사책에도 반드시 기록해서 후대에 자랑스러운 이름을 알리게 해야 한다”(@sea****), “사법이 정의한 12.12는 엄연한 반란이다 반란의 수괴로 부터 사령관을 보호하려다 6발의 반란군 총탄에 희생된 김오랑 중령은 임무 중 전사이고 보국훈장이 아닌 태극무공훈장으로 역사에 남길 대한민국의 영웅이다 ”(@ilu****), “늦게나마 고 김오랑 중령의 의로운 행동이 제대로 평가되어 다행입니다”(@chr****)라며 환영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쿠데타세력에게 주는 훈장은 속전속결. 애국자에게 수여하는 서훈은 빨라야 30년”(@w1t****), “아직도12․12쿠데타의 후예들이 가득 차 있을 텐데. 무공훈장을 추서 할 리가 만무하지요”‏(@jwl****), “신군부는 쿠데타를 일으킨 국가의 적이었는데 이들에 맞서 전사한 것이라고 생각된다. 즉 무공훈장 추서가 맞을 것”(@sky****)라며 무공훈장이 아닌 보국훈장이 추서된 것을 아쉬워했다.

특히 한 네티즌은(‏@bug****) “(김오랑 중령에 대한 훈장 추서는)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아쉬운 점이 몇 가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김오랑 중령을 ‘전사’가 아닌 ‘순직’으로 표현하였고, 무공훈장이 아닌 훈장을 추서한 점을 지적하며 “군부가 무력을 이용해 정권을 찬탈하려고 하는 상황을 전시에 준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일까? 그리고 국헌을 짓밟고 무력을 앞세워 쿠데타를 일으킨 세력을 ‘적’으로 규정하지 못할 이유는 또 무엇일까?”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순직공무원이라 함은 ‘공무원연금법’ 제3조 제1항 제1호에 해당하는 공무원”이라며 “제1호는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공무원이라 보고 있으며, 다만, 군인과 선거에 의하여 취임하는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나와 있는데 김오랑 중령은 군인이 아닌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