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盧정부의 6·15, 10·4 선언.. ‘종북적’ 남북관계
보훈처에 이어 국방부도 지난 대선 당시 야당을 비롯한 민주진보 진영을 ‘종북좌파’로 매도하는 내용이 담긴 영상물을 일선 부대에 보급해 상영한 사실이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국방부는 국가정보원이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DVD를 장병교육 차원에서 각급 부대에서 수천회 상영하고, 이 DVD 세트 1100여개를 배포하며 직접 정훈장교를 교육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국정원 DVD를 안보교육 교재로 활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대선에 개입한 국가보훈처에 이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군을 상대로 국방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것이어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진성준·안규백 의원실과 <한겨레> 분석에 따르면 국방부는 각군 장병교육 명목으로 지난해 IPTV를 통해 ‘호국보훈 교육자료’를 상영했다.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의 영상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의 6·15, 10·4 선언을 “과거 햇볕정책 하에서 굳어진 종북적 남북관계, (햇볕정책은) 북한의 요구를 무조건 수용하는 자세를 가질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두 정부의 남북관계 개선 노력을 ‘종북’으로 매도하고 있다.
또한 “(북한에) 대규모 지원을 했지만 북한은 미사일 개발과 함께 핵실험을 강행했다”고 말해 이들 정부의 대북 정책을 사실상 실패로 규정했다. 이 영상은 총 950차례 상영됐다.
<종북세력의 실체>라는 영상에는 70년대 반유신독재 투쟁 당시 민주화 세력을 ‘사회주의 건설 목표를 숨긴 종북세력’으로 묘사하고 있다. 영상은 “2000년대 종북세력이 제도권과 정부 내부에 침투하여 친북 사회주의 활동을 민주화, 평화애호 운동으로 미화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또한 북한의 군사적 도발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 대화 노력 때문인 것처럼 설명하기도 했다.
이외에 국방부가 ‘국정원 DVD’ 세트 1100개를 직접 배포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방부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정훈교육에 대해 “IPTV를 통한 교육은 일부일 뿐이고, 1100여개의 DVD 세트가 대대적으로 배포됐다. 국방부 국장급 차원에서 정훈장교들에게 (DVD 내용을) 직접 교육했다”고 <한겨레>에 말했다.
국방부의 다른 관계자도 “DVD 자료는 국방부가 직접 나서서 교육을 확대·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이는 예외적인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DVD 배포를) 공식적으로 지시하거나 배포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지만 국정원 DVD 영상물이 왜 국방부가 운영하는 IPTV에서 상영됐고, 각급 부대에서 교육됐는지에 대해서는 별다른 설명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