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정부, 피해자들 상대로 고리대금업 하나”
국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고문·조작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상대로 과다 지급된 배상금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이 “공평한 해결을 위해 과다 지급된 배상금의 절반만 돌려주라”는 화해권고 결정을 내려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5부(부장판사 이성구)는 국가가 인혁당 피해자 강모씨(86)와 그 가족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에서 청구한 15억3000만원 가운데 절반인 7억6500만원을 내년 6월 말까지 두 번에 걸쳐 나눠 지급하라는 내용으로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 그 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의 이같은 결정은 애초 1·2심 판결에 따라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의 절반 이상이 가지급된 상태에서 대법원이 배상금 액수를 절반 이하로 깎아버려 거액을 다시 내놓게 된 점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7월 국가가 인혁당 피해자 가족들에게 과다지급된 251억원을 돌려달라고 낸 여러 건의 소송 중 처음 나온 판단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강씨는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8개월을 복역했다. 강씨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은 1·2심까지 강씨 가족에게 49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이 가운데 33억5000만원을 가지급하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은 30여년치 이자(지연손해금)를 주는 건 부당하다며 전액을 깎았다. 결국 강씨 가족의 배상금은 18억2000만원으로 대폭 줄었고 먼저 받은 배상금 가운데 15억3000만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한겨레>에 따르면 강씨는 “출소 한 이후에도 사면복권이 안 돼 10년간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가족들이 힘들게 버텨왔다. 4년 전 받은 배상금으로 그동안 쌓인 빚을 갚고 도와준 분들에게 보답하고 남은 돈은 집세 등 생활비로 쓰고 있다”며 “가해자였던 국가가 이제는 채권자가 돼서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자 아들 이모씨(59)는 “아버지가 출소 후 사업을 하시다 실패해 연대보증을 선 어머니께서 배상금으로 빚을 갚았다. 취직하기 어려운 형제들은 배상금으로 장사를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도 법 집행과 피해자들의 사정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한겨레>에 “인혁당 사건이 ‘사법살인’이라고 할 정도로 사법부가 잘못한 일이고 대법원이 사실상 배상금을 적게 주려고 판례를 변경하는 바람에 생긴 문제이므로 피해자들한테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소식을 접한 후 SNS 등에서는 정부가 피해자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다며 비난 의견이 쏟아졌다. 한 트위터리안(@dja******)은 “박정희가 조작한 세계 최악의 사법살인 인혁당사건 피해자들이 박근혜 정권에서도 사법살인을 당하고 있군요”라며 “1,2심 판결만 보고 보상금을 지급했던 정부가 도로 내놓으라며 피해자들에게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습니다”라고 비난했다.
또 다른 트위터리안(@sung******)은 “국가라는 조직이 힘없는 국민을 상대로 벌인 반인간적 불법조작질 사건! 정의가 없는 공권력은 조폭보다도 비열하고 끔찍하다. 이유 없이 옥고를 치른 것도 억울한데 국가로부터 소송을?”이라고 꼬집었다.
이 밖에도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 일까요? 박근혜가 인혁당 사건 진심으로 사죄한다면 해결책을 제대로 만들어야..”(@seo****), “미쳐 돌아가는군. 자기들이 간첩누명 씌워 죽여놓고 그 배상금이 아까워 다시 달라고? 천벌 받을 거다 국정원!”(@sta*****), “선거 전에는 ‘민혁당 사건 사과’하더니 이제는 다시 ‘인혁당 배상금 국가에 내놔라’는 박근혜식 뒤끝.. 참 어떤 의미로 일관성 있다”(@cha*****), “인혁당 피해자들의 명예를 또 다시 추락시키려는 겁니까?”(@mi**) 등의 비난이 잇따랐다.
한편, 화해권고 결정은 2주 이내에 양쪽 당사자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