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日, 제국주의 침략 사죄하는 心” 20년 수집품 ‘기증’

광복절 앞두고 ‘문방사보’ 296점 부산박물관에 전달

한 일본인이 일본제국주의의 침략을 사죄하는 마음에서 20여년간 모은 문방사보(文房四寶·종이, 붓, 먹, 벼루를 일컬음. 여기에선 종이 대신 도장을 포함) 296점을 부산박물관에 기증했다.

부산박물관은 12일 “치과의사 출신인 미야자키 사쓰키(宮崎五月·82·일본 기타큐슈 거주)가 일제의 한국침탈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기증하기로 한 문방사보를 지난 9일 인수했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미야자키는 지난 5월 부산박물관으로 편지를 보냈다. 아무 조건 없이 문방사보를 기증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는 1991년 병원에서 퇴직한 뒤 중국 하얼빈으로 가 중국 국립치과병원 명예원장을 맡아 의료봉사에 전념했다.

이 기간 중국 각지를 돌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문방사보를 사 모았고 수집을 시작할 때부터 한국에 기증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일본이 한국에 못할 짓을 하고도 반성하지 않는 것을 개탄한다”며 “일본 내에는 드러내지 않고 있을 뿐, 나처럼 생각하는 선량한 사람들이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기증을 계기로 행동하는 일본인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그가 부산을 기증지로 택한 이유는 한국에서 기타큐슈와 가장 가까운 도시이기 때문이다. 기증품은 벼루 51점, 먹 49점, 붓 103점, 관지(款識)인장 93점으로 구입하는 데 들어간 돈만 5000만엔가량으로 추산되고 있다. 부산박물관은 현재의 가치로 10억원이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벼루 중에는 최상급 단계석(端溪石)으로 만들어 타이완 국립고궁박물관에 국보로 전시된 것과 비슷한, 가로 45㎝×세로 60㎝ 크기의 단계연이 포함됐다. 먹은 18나한상과 십이지신상, 산수인물도 등을 금박으로 새겨 넣은 감상용이 주종을 이뤘다

중국 최상급 소재인 송연묵으로 판명될 경우, 먹 한 점에 최고 30억원에 이를 수도 있다. 이밖에 옥, 칠보, 자기 등으로 만든 붓과 수정, 옥, 상아 등을 소재로 화려한 조각을 새긴 도장이 포함됐다.

부산박물관 양맹준 관장은 “광복절을 앞두고 양심적인 일본인으로부터 귀중한 유물을 받게 돼 매우 의미가 크다”며 “기증된 유물의 학술적·예술적 가치를 밝히고, 기증자의 뜻을 널리 알리도록 기념 전시회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부산시는 미야자키 부부에게 감사패와 명예시민증을 수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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