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영역까지 역할 확대…“원래 생각했던 게 아니다”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싱크탱크인 ‘정책네트워크 내일’의 이사장인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지난 주말 이사장직을 맡은 지 석달만에 전격 사임했다.
최 교수는 이사장직을 그만두게 된 배경에 대해 “정치학자로서 정책 개발이나 이론적인 뒷받침을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정치적인 역할에까지 참여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합뉴스>에 “원래 연구소에서 정책적, 이론적 역할을 할 생각이었는데 연구소역할이나 기능이 정치적인 것까지 해야 하는 것으로 확대됐다”며 “정치권에 있는 연구소이기는 하지만 정치에 발을 딛고 활동하는 것은 내가 원래 생각했던 게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정치적 역할은 공직이나 정치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나는 공직이나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며 사퇴 이유를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갑작스러운 최 교수의 사퇴에 대해 안 의원과의 정치적 견해차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고 <연합>은 전했다.
앞서 최 교수는 이사장직을 맡은 지 얼마 안 돼 ‘안철수 신당’의 진로에 대해 ‘노동중심의 진보정당 노선’을 표방하자 안 의원측은 “최 교수 개인의 생각일 뿐”이라며 선을 그은 바 있다.
이와 관련 최 교수는 정책에 이견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면서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가 한 것은 ‘진보적 자유주의’였는데 그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혹시 안 의원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부분이 있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고, 앞으로 안 의원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정책 자문을 하는 것은 아니고 개인적인 관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안 의원 측이 지역 순회 세미나를 하면서 대중 강연을 요청했으나 최장집 교수는 이 중 일부에만 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안 의원의 반응과 관련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앞으로도 계속 이론적 조언은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고, 나도 그렇게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안 의원이 받는 정치적 타격이 클 것 같다는 지적에 대해선 “그런 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에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큰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경향>은 최장집 교수의 측근들의 말을 종합해 “사임 생각은 좀 더 일찍부터 축적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 교수는 측근들에게 “(안 의원측이)언론과 여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며 마땅치 않은 심기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오는 24일부터 내달 28일까지 정치발전소에서 예정된 ‘최장집 교수의 정치철학강의’ 시즌 2를 진행하고 당분간 집필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