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선엽상’ 제정 이어 백씨 군복 ‘문화재’ 되나?

“항일운동가에 대한 모독”…“문화유산헌장 기본정신 정면 부정”

문화재청이 친일·반민족 행위자로 결정된 백선엽 씨의 의복과 유물 등을 문화재로 등록하려하자 항일·독립운동가단체들이 이를 반대하고 나섰다.

백선엽 씨 ⓒ 네이버 프로필
백선엽 씨 ⓒ 네이버 프로필

<노컷뉴스>에 따르면, 문화재청은 지난 6월 21일 백선엽 군복 등 총 11건, 76점에 대한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문화재청은 “백선엽 군복은 대한민국 장군복의 각 유형별 복식 형태를 잘 드러내며 계절이나 착용 목적에 따른 형태 비교도 할 수 있어, 현대 군사복의 변화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단재신채호선생기념사업회,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등 항일․독립운동가단체들은 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친일반민족행위자들의 의복과 유물을 문화재로 등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문화재청이 지난 6월 21일 의생활 분야에서 역사적·문화적 가치가 크다는 이유로 백선엽, 민철훈, 윤웅렬, 윤치호, 민복기의 의복과 유물 등 총 11건 76점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며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들은 역사에 오점이 되는 결정을 내리지 않도록 신중을 기해달라”고 촉구했다.

문화재 등록이 예고된 이들은 여야 합의로 설치된 대통령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2009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결정됐거나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인물들이다.

백선엽 씨는 일제 말 일본이 세운 괴뢰 정부 만주국에서 간도특설대 장교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간도특설대는 거물 친일파인 간도성장 이범익이 항일 저항 세력 탄압을 목표로 일제에 건의해 창설됐다. ‘조선인으로 조선인을 잡는다’는 논리를 토대로 하고 있어 ‘조선인 특설 부대’로도 불린다.

이들 단체는 “문화재청이 이들의 물품을 문화재로 등록한다면 항일독립운동가들에 대한 모독이며 ‘문화유산은 우리 겨레의 삶과 예지와 숨결이 깃든 보배이자 민족 문화의 정수’라고 정의한 문화유산헌장의 기본 정신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설령 가치가 있다하더라도 표면적 가치에만 주목해 문화재로 등록한다면 면죄부를 주는 구실로 악용되는 등 왜곡의 소지가 다분하다”고 덧붙였다.

안중근 의사 기념사업회 이사장 함세웅 신부는 “백선엽은 일왕에게 충성하고 독립군을 반대하는 데 앞장섰으며 우리 동족을 살해한 부끄러운 인물”이라며 “그 군복을 부끄럽게 생각해야 되는데 이를 문화재로 간직한다는 것 자체가 이 시대 현 정권의 불의성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립운동가 차이석 선생의 장남 차영조 씨도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기념하는 사업도 제대로 되지 않는 판국에 오히려 친일파들을 영웅 대접 하는 것에 대해 독립운동가 후손으로서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민주당 김광진, 김기준, 박지원, 부좌현, 배재정, 윤관석, 이원욱, 이학영, 정성호, 최민희, 한명숙, 한정애, 홍의락 의원과 통합진보당 김재연 의원은 백 씨 의복 등에 대한 문화재 지정과 관련해 문화재청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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