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 노동자 “‘일’이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콜트악기의 부당해고를 알리고 해고 노동자들을 응원하기 위한 ‘콜트 기타 불매 유랑 문화제’가 26일 저녁 대한문에서 열렸다.
이날 문화제에서 콜트‧콜텍 기타 노동자들은 직접 노래 공연을 펼치며 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갔고 서툰 솜씨였지만 여러 노동자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는 모습에 관객들은 큰 박수갈채로 화답했다.
해고 노동자들의 공연에 이어 펼쳐진 인디 뮤지션 ‘하이미스터메모리’ ‘투명’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열정적인 공연에 관객들은 더욱 하나가 됐다.
이 날 공연의 백미는 인디 뮤지션 ‘야마가타 트윅스터’가 색다른 퍼포먼스를 선보이면서 시작됐다. 야마가타 트윅스터는 ‘대한문에서 놀자’ ‘찹쌀떡’ ‘흰밥, 쌀밥, 볶음밥’ 등의 짧은 가사를 반복하며 관객들에게 일어나 춤을 추라며 호응을 유도했다.
이어 독특한 춤사위로 웃음을 자아내더니 쌍용차 농성 천막을 기습 철거하고 만든 대형 화단 앞까지 가 자리를 지키고 서 있는 경찰 앞에서 한참동안 노래하며 춤을 추기도 했다.
또 대한문 앞과 시청 광장을 이어주는 횡단보도를 건너며 마치 ‘하멜른의 피리부는 사나이’처럼 관객들을 몰고 다녔다. 최근 경찰의 집회 탄압으로 몸살을 앓았던 대한문 앞에 모처럼 활기가 넘쳤다.
콜트‧콜텍의 한 조합원은 이날 “콜트‧콜텍 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 한 지 어느덧 7년이 되었지만 투쟁을 끝낼 수는 없다”면서 “투쟁을 포기하면 노동조합을 없애기 위해 모든 생산공장을 해외로 보내고 국내 노동자는 모두 다 길거리로 내모는 신종 정리해고가 모든 단위 사업장으로 번질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질기게 투쟁하는 노동자가 있다는 것을 자본가가 알아야 정리해고를 남발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땅에서 투쟁하는 모든 노동자들, 삶의 터전을 지키기 위해 힘쓰는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을 같이 만들자”고 강조했다.
특히 이날은 콜텍 해고자 임재춘 조합원이 농성 기간에 적은 일기를 낭독해 관객들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 ‘낮은 노동자의 이야기’ 요즘 세상살이가 너무 힘든 느낌이 있다. 갑자기 나이들어간다는 생각이 든다. 정신도 흐려지고 실수도 많이하고 시력도 떨어지고 갑자기 힘이 든다. 정리해고 7년 날짜가 현실적이지 않다. 2000일이 작년인데 1년 동안 변한 게 하나도 없다. 왜 기타를 만들었을까. 그만두려고도 했는데 왜 그렇게 했을까. 왜 나는 정에 약할까. 생각을 한다. 왜 굳이 좋은 자리도 있었는데 기타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세상을 헛살았다고 생각할 때도 있다. 벌써 오십이 넘어 두 딸은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인이 되어있다. 아빠라는 사람은 정리해고 철회도 못하고 있으니 콜텍 박영호가 너무나 원망스럽다. 투쟁을 끝내고도 싶다. 이기고 싶다. 끝내면 산에 농사짓고 그래서 무언가 남으면 봉사를 하고 살고 싶다. 나이 들어도 후회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다. 후회 없는 일생은 재미있는 인생이다. 나이 들어도 재미있다는 것은 돈이 없어도 노는 일이 있는 사람이다.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떠날 수 있는 사람이다. 하는 일이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 -콜텍 해고자 임재춘 |
지난 2007년 8월 30일, 사측은 경영위기와 노사갈등을 이유로 부평의 콜트공장과 대전의 콜텍공장을 폐업하며 정리해고를 단행했다. 해고된 노동자 46명은 이는 ‘위장폐업과 부당 정리해고’라고 항의하며 2159일간 투쟁을 이어왔다.
그 과정에서 해고자들은 회사 측이 고용한 용역직원에 의한 폭력, 천막 탈취, 고소‧고발에 시달렸다. 또한 이인근 콜텍노조 지회장은 지난 2008년 10월 15일, 한강 망원지구에 위치한 15만kw의 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에서 30일간의 고공, 단식농성을 진행했다.
2007년 12월 11일에는 이동호 콜트‧콜텍노조 사무장이 분신자살을 기도했다. 지난해 대법원이 콜트‧콜텍 박영호 회장의 ‘콜트’ 기타 노동자 해고는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콜텍’ 기타 노동자 해고는 정당하다는 판결이 나와 노동자들은 지금까지 투쟁을 이어오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