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일고 있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과 관련해 여야가 노선검증위원회를 꾸려 노선을 정한 뒤 사업을 재개하자고 주장했다.

원 장관은 30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공공주택 긴급안전점검회의’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이미 노선검증위원회를 여야가 함께 꾸리자고 제안했기 때문에 국민의힘 간사를 중심으로 전문가 검증위원회 구성을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원희룡 장관의 면피성 제안에 대한 답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원 장관의 이 같은 발언에 대해 심상정 의원은 31일 SNS에서 “‘도로 전복’, ‘거짓 반복’에 이은 ‘꼼수 번복’이냐”며 “삼복더위처럼 국민 짜증지수를 치솟게 한다”고 질타했다.

심 의원은 ‘서울-양평 고속도로 검증위원회’가 실효성을 가지려면 두 가지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장관이 뒤엎은 국민의 도로를 신속하게 도로 돌려드려야 한다.

둘째, 김건희 여사 일가의 이해충돌과 특혜의혹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그는 이어 “따라서 다음 두 가지의 결자해지가 필요하다”며 원 장관에 “‘백지화에 대한 대국민 사과와 ’백지화의 백지화‘를 공식 선언”할 것과 “공정한 노선 검증을 위해 김건희 여사 일가의 강상면 일대 토지를 매각”할 것을 촉구하며 이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답을 받아내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심상정 안의 핵심”이라며 “이 두 가지가 선행되지 않은 노선검증위원회는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회피하기 위한 얄팍한 꼼수라고밖에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심 의원은 ‘전적으로 제가 책임진다. 정치생명, 장관직을 걸었다’는 원희룡 장관 발언을 상기시키고는 “진정성 있는 문제 해결의 자세를 보임으로써 정치적 책임을 지라”고 전했다.

▲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30일 오후 서울 강남구 LH 서울지역본부에서 열린 시흥은계 지구 수돗물 이물질 및 LH 무량판 조사 결과 관련 긴급안전점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더불어민주당도 “지금 이 시점에 노선검증위 주장은 물타기 꼼수”라고 반박했다.

김한규 원내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거짓해명, 말바꾸기, 불투명한 자료 공개, 임의적인 자료 수정·삭제로도 의혹이 가려지지 않으니 물타기 꼼수로 국정조사를 피하려는 것”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양평 고속도로 논란의 핵심은 종점 변경을 누가, 언제, 왜, 무슨 근거로 지시했는지를 밝히는 것”이라 강조하고는 “백지화니, 검증위니 들이밀면서 사안의 본질을 흐리려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는 “검증위원회가 아니라 헌법과 법률이 정한 국정조사 과정에서 여야가 진상조사를 하면 된다”며 “원 장관은 꺼릴 게 없다면 국정조사 절차에서 선서를 하고 정정당당히 밝히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