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 사업 관련해 양평군이 국토부에 낸 3개 노선안 중 양서면을 종점으로 하는 원안을 포함한 2개 노선은 사실상 불가능한 노선이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 조사 용역을 총괄한 업체의 임원 A씨는 “양평군이 낸 1안과 3안은 애초부터 실현이 불가능한 안”이고, “양평군 3안은 아예 말이 안 되는 노선”이라고 밝혔다.

2022년 7월 18일, 국토부는 양평군과 하남시 등 10개 기관에 공문을 보냈다. 양평군은 공문을 받고 8일 만에 국토부에 회신을 보냈는데, 여기에는 양평군이 원하는 고속도로 노선 3개(1~3안)가 담겨있었다. 1안은 예타를 거친 최초 계획인 ‘양서면 종점안’, 2안은 국토부가 정해 문제가 된 ‘강상면 종점안’과 거의 유사한 안, 3안은 두 계획 중간을 통과하는 ‘제3의 종점안’이었다.

A씨는 “당시 양평군의 입장은 노선이 어떻게 되든 IC만 만들어 달라는 거였다”고 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노선이야 어찌되든 양평군내에 IC가 있어야 한다’는 게 양평군 입장인데, 어찌된 일인지 양평군이 낸 1안에는 IC 위치가 양평군이 아닌 광주시에 설치하는 걸로 되어 있었다는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A씨는 ‘양평군 3안’에 대해서는 “남한강을 따라가는 것”이라며 “남한강을 따라가는 교량이 어디 있냐”면서 “아예 말이 안 되는 노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양평군도 (3안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타파는 “이런 사실은 ‘양평군이 국토부가 원하는 노선이 2안이라는 것을 사전에 알고 있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겉으로는 문제가 없는 ‘양평군 2안’이 공교롭게도 용역업체가 국토부에 제출한 종점 변경안(양서면→강상면)과 거의 일치한다는 사실은 의심을 더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심지어 국가지원지방도로(국지도) 88호에 진출입로(IC)를 설치하는 것까지 국토부 안(강상면 종점안)과 판박이”라며 “양평군이 아무런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국토부 안과 거의 같은 안을 냈다고 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국토부가 용역업체를 미리 양평군에 보내 ‘양평군 2안’을 그려 내도록 유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전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관련 기사 캡처>

이에 대해 국토부는 “‘양평군 2안’과 거의 일치한 국토부 변경안(강상면 종점안)을 양평군에 미리 보여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원희룡 장관은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불거지자 “양평군이 노선 변경을 원했다”고 주장했다가 사실이 아닌 것이 밝혀지자 “용역업체가 노선 변경을 먼저 제안했다”고 말을 바꿨다.

관련해 18년간 100여 개의 국책 연구 용역을 수행한 바 있는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26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노선 변경이 용역업체의 제안’이라는 국토부의 주장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하며 “발주처가 힌트를 줬을 때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 교수는 추론이라는 전제하에 “한 10여 년 전만 해도 발주처가 뭘 했냐 하면 ‘우리가 원하는 게 이런 겁니다. 이거를 꼭 반영해 주세요’ 이렇게 했다”면서 “그런데 요즘에는 그렇게는 하지 않는다. ‘아 거기가 좋을 것 같다는 소문이 들리는 것 같은데..’ (이런 식으로) 아사모사하게 흘린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무원이 이거를 지시했다고 하면 직권남용으로 걸리고, 형평성에 문제가 되기 때문에 요즘에는 이야기는 잘 안 해 준다”며 “국토부보다는 도로공사가 이렇게 힌트를 줬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행자인 김어준 씨가 “그런데 도로공사가 국토부로부터 힌트를 받아서 힌트가 층층이 내려갔을 수도 있다”고 하자 우 교수는 “새끼 선생, 큰 선생. 거기는 다 한 팀”이라며 김어준 씨 발언에 동의를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