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는 ‘김건희 일가’ 땅 쪽으로 휘어진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기술용역회사가 먼저 제안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국토부의 방침이 있어야만 ‘대안 노선’의 검토가 이뤄질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14일 뉴스버스는 “나라장터에서 확인한 타당성평가 용역업체 선정 관련 과업지시서에 따르면, 설계변경조건은 발주기관의 방침이 변경되어야만 가능한 것으로 돼 있다”면서 “국토부의 방침이 먼저 바뀌어야 설계 변경이 가능하다는 것이어서 국토부가 먼저 대안 노선을 제시하지 않으면 용역회사가 자의적으로 원안 노선을 변경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건설교통 분야 한 연구원도 “발주처가 국토부이기 때문에 국토부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용역업체가 갑자기 대안 노선 제안을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국토부가 현재 최적안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김건희 일가’ 땅 쪽인 ‘강상면안(변경안)’이 오히려 예비타당성조사를 거친 ‘양서면안(원안)’ 보다 본래 사업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날 CBS노컷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예비타당성조사 당시 국토부는 ‘양서면안’을 최적안으로 조사를 의뢰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타 보고서에는 ‘본 사업은 수도권 제1순환선 및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정체를 해소하는데 목적이 있다’고 명시하고 있는데, ‘수도권 제1순환선의 교통체증 해소’와 관련해서는 두 안이 다르지 않다는 게 매체의 분석이다.

노컷은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 정체 해소’ 부분”이라며 “서울-춘천 고속도로는 주말이면 극심한 정체로 몸살을 앓는 도로”라고 짚고는 “하지만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양평에서 끝나버리면 서울-춘천 고속도로의 교통량 분산 효과는 기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도로설계 분야 한 전문가는 매체에 “사업 목적(서울-춘천 고속도로 정체 해소)과 양서면 종점의 위치를 보면 두 고속도로를 연결하겠다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며 “예타안(양서면안)으로 서울-춘천 고속도로와 붙이는 게 제일 짧고 교통 분산도 가장 잘 되는 노선”이라고 설명했다.

▲ <이미지 출처=CBS노컷뉴스 관련 기사 캡처>

노컷은 “예타 과정에서 ‘강상면안’이 검토조차 되지 않은 이유”는 “양서면보다 남쪽에 위치한 강상면을 종점으로 하면 두 고속도로의 거리는 더 멀어지기 때문”이라며 “거리가 멀어진다는 것은 건설 비용과 이동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부연했다.

예타에 참여했던 한 위원은 노컷에 “국토부가 최적안을 만들어서 사업 계획서를 준 것에 대해 검토를 하게 돼 있다”며 “국토부가 제시한 사업 목적에 그게(서울-춘천 고속도로 정체 해소) 제시돼 있고, 두 개(양서면안과 강상면안)를 비교한다면 위치에는 (양서면안이) 부합하는 안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컷은 “국토부는 특혜 의혹이 제기된 이후 강상면안이 최적 노선이라고 주장하면서 ‘6번 국도, 수도권 제1순환선 교통체증 해소’와 ‘강하IC 신설’에 대해서는 반복적으로 강조해왔지만, ‘서울-춘천 고속도로 교통체증 해소’에 대해서는 한 번도 언급한 적이 없다”며 “국토부가 강상면안에 불리한 사업목적을 의도적으로 감추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토부는 “예타가 두 도로(서울-양평 고속도로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연결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진행했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