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사주’ 의혹 핵심 증거로 제출된 공익신고자 조성은 씨와의 통화 녹취를 법정에서 직접 청취한 뒤 “내 목소리는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김 의원은 1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손준성 검사의 공직선거법위 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내 목소리는 맞는데 내용은 기억이 없”고, 고발장을 누구한테 전달받았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에 재판부는 “자료를 세 차례나 걸쳐 나눠 받았는데 기억에 남아야 정상이 아니냐”며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 윤석열 대통령 검찰총장 재직 시절 불거진 ‘고발사주’ 의혹의 또 다른 핵심 인물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21년 11월 3일 오전 경기 과천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조사를 받기위해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법정에서는 2020년 4월3일 오전 10시3분께 김 의원과 조성은 씨가 통화한 녹취록이 증거로 제시됐다.

경향신문은 관련 기사에서 조성은 씨와의 통화·고발장 전달 여부 등이 전부 “잘 기억나지 않는다”는 김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통화 녹취를 토대로 내용을 묻자, 이에 대해서는 당시 조 씨와 대화 내용이 어떤 맥락이었는지, 녹취록에 적힌 단어의 뜻은 뭔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11일 SNS에 “누구도 진실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고 썼다.

추 전 장관은 “채널A 검언유착사건의 감찰방해, 수사방해, 고발사주는 연결된 한 세트”라며 “일국의 법무부 장관은 채널A 기자가 녹음파일을 없애고 자신은 핸드폰 비번을 감추는 수법으로 법망을 피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진상조사에 참여했던 채널A 간부는 녹취록을 보고 ‘누가봐도 한동훈 음성지원’이라고 단언했다”며 “일국의 검사 출신 국회의원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수족과도 같은 수사정보정책관 친구 ‘손OO 보냄’이라고 표시된 텔레그램을 다른 사람이 보냈다고 검찰과 짜고치는 수법으로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고 되짚었다.

이어 “손OO의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와 고발을 사주하는 녹음파일에 자신의 음성이 나오자 목소리는 부인하지 못하고 ‘기억이 안 난다’고 했다. 그러자 판사는 ‘기억나야 정상이라’고 했다”며 전날 재판장에서 벌어진 상황을 언급했다.

추 전 장관은 “17분 30초의 긴 통화가 기억 안 난다는 비정상인 행세는 물고기 똥물이 짭쪼롬하다고 감탄하며 마시는 것을 압도한다”며 “제발 정도껏 하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가 고발사주를 하면서 조성은 씨에게 했던 엄청난 발언 때문에 비정상인 행세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고발사주 사건’이 폭로될 당시 알려진 김 의원의 발언을 상기시켰다.

“요 고발장, 요건 관련해 가지고 저는 쏙 빠져야 돼, 제가 가면 ‘윤석열이 시켜서 고발한 것이다’가 나오게 되는 거예요!”

▲ <이미지 출처=MBC 보도영상 캡처>

이어 추 전 장관은 “잠시 속일 수는 있어도 진실로부터 영원히 도망갈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