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서해성] 느린 핵무기 ‘버섯 파도’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는 물로 된 핵무기 투하다

이 순간 일본은 핵물질을 바다에 내다버리려 하고 있다. 그와 함께 후쿠시마는 일본 경계를 넘어 동아시아로 확대되고 있다. 후쿠시마는 진작부터 벌써 한 개 지역이 아니었다. 이곳에서 시작된 죽음의 방류는 마침내 뭇 생명체의 심장과 뇌와 폐와 피부와 혀뿐 아니라 동작까지도 공격하게 될 것이다. 후쿠시마는 뒤틀린 몸의 일부가 되고 나아가 모든 생명의 가장 깊숙한 곳에 거처하면서 파괴를 일삼을 게 틀림없다. 일본은 이를 서슴없이, 어떤 미안함도 없이 감행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류사에 없던 저주가 시작되고 있다. 죽음이 옷을 벗고 당당히 알몸으로 나와 백주에 동아시아 바다를 헤엄치고 있다. 이는 다시 하늘로 올라가 비로 뿌릴 것이다. 인간사에서 어떤 흉칙한 저주도 다 내력이 있었다. 오늘 이 사태는 누구 하나 저주 받을 하등의 이유도 없건만 일본은 한국인을 포함한 거대한 다수를 죽음의 바다로 거침없이 유인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어떤 윤리 언어로도 일본은 이를 설명할 길이 없다. 

인간은 생명체다. 이 사태는 한낱 수산물 문제가 아니라 생명의 고향인 해양 파괴를 통해 연쇄 반응으로 생명 고리 자체를 붕괴시킬 위험을 잉태시키고 있다. 인간 역사에 비길 수 없이 장구한 생명 역사는 이제부터 다시 쓸 수밖에 없다. 후쿠시마 방류는 인간 스스로가 자기 생존 거처를 의도적으로 생명 불가능 상태로 바꿔버리고 있는 전대 미문의 사태인 까닭이다. 문명사에 암전을 드리우고 있는 이토록 잔인한 생태 붕괴와 재앙 앞에 성찰이 없다면 온전한 미래는 성립하기 어렵다. 핵무기 폐기, 핵발전소 중지, 해체를 포함한 물질문명에서 에너지 체제 대전환을 실행에 옮기지 못한다면 호모 사피엔스는 멸종이 머지 않았다. ‘사피엔스’가 생각한다는 뜻인 것이 실로 한없이 모멸스럽다. 

오늘 동아시아 바다에 뜨겁고 높은 버섯 파도가 퍼지고 있다. 단지 이것은 한 번의 죽음이 아니다. 이러한 살아있는 죽음에 맞서지 못한다면 인류는 핵 오염뿐 아니라 앞으로 닥칠 모든 재앙에 이와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방임, 관용하게 될 터이다. 

일본이 인류 양심과 인간성 성찰을 내던져버렸다고 해서 우리마저 포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과 생명체 모두를 공격하는 행위에 동조하는 일 또한 명백한 범죄다. 한국 정부는 인간 생명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가해하는 이 행위에 면죄부를 주는 언동을 당장 거둬들여야 한다. 미국은 묵인이 아니라 이 재앙을 함께 공모하거나 협력한다는 걸 진작에 선언했다. 이 한미일 공조는 생명 자체를 파괴시키는 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이를 중지시킬 수 있는 중심에 이제라도 마땅히 각성된 일본 시민들이 있어야 한다. 지금 국경을 넘어 함께 싸우는 모든 시민들은 생명 공동체 구성원이다.

일본은 알아두어야 한다. 그 동안 아시아 침략전쟁을 제대로 성찰한 적 없던 것이 문명과 생명 파괴 또한 성찰 불가능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상호 선린해야 할 이웃 국가를 침략한 행위가 물질주의와 종족 우월주의에서 비롯되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그 동안 이를 성찰하지 않은 일이 피해국가와 국민뿐 아니라 우선 자국민에게 커다란 모욕이자 피해라는 걸 일본 정부와 언론은 애써 외면해왔다. 후쿠시마 방류문제를 일본 언론들이 침묵하고 있는 건 무얼 말하는가. 그에 따라 이러한 인류사적 야만을 일본은 거듭 저지르고 있다. 

▲ 서해성 작가
▲ 서해성 작가

지구상에서 오직 일본만 두 번 핵 공격을 받았다. 한 번은 자신들이 벌인 전쟁 탓에 버섯구름이 피어올랐고, 한 번은 자초했다. 마침내 일본은 물로 된 핵무기 ‘버섯 파도’로 동아시아 바다를 공격하고 있다. 역사 이래 이토록 고의로 지구와 생명을 파괴하고자 한 적은 없다. 이것은 물로 된 느린 핵무기일 뿐이다. 

*이 글은 2021. 4. 14. 고발뉴스에 썼던 내용을 다시 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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