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층, ‘李 당선전망’ 압도적이지만 정권심판론 높아…공감 정책 개발이 관건
“야당이나 언론의 반응, 평가는 둘째치고 결국은 국민들이 수용하느냐 마느냐가 가장 중요한 문제잖아요? 인터넷에서 김건희 씨가 남편에 대해서 미안함을 표하는 대목만 뽑아서 신승훈 씨의 노래를 BGM으로 깔고 했던 게 100만 명을 넘게 조회가 됐고 이랬다는 이야기는...” (김종배 진행자)
“그 100만 명 중에 저도 있어요. 저는 아주 좋게 봤어요.”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28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김건희씨 대국민 사과를 평가하던 중 나온 대화다. 김 최고위원이 화제가 된 ‘김건희 I Believe’ 영상을 자신도 봤다며 만족감을 드러낸 것이다.
소위 ‘밈’이라 불리는 해당 패러디 영상의 출처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오랫동안 공을 들였고, 그를 ‘펨코 대통령’으로 불리게 했던 커뮤니티 사이트 ‘에펨 코리아’, 이른바 펨코였다. 펨코는 과거 일간베스트에 몰려있던 보수/극우층 중 청년층이 주축을 이룬 인터넷 커뮤니티로 유명하다.
지난 9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이 펨코에 ‘안녕하세요? 이재명입니다’라는 인증 글을 올려 눈길을 끌었다. 펨코 주축 이용자로 알려진 2030세대 남성 표심을 잡기 위한 일환이라 할 수 있었다.
이 펨코에 유의미한 변화가 감지되는 중이다. 주로 국민의힘 지지층인 이 펨코 내에서 ‘윤석열 후보 교체론’이 대세로 자리 잡는 한편 법무부장관 시절 ‘윤석열 검찰’과 치열하게 대립각을 세웠던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국민의힘 지지층 사이에서 후보 교체론이 부각되는 한편 2030 청년층의 윤 후보 지지율도 요동치고 있다는 조사가 속속 확인되고 있다(☞관련기사 :이준석 “불가능”이라는데 국힘 지지층 70.4% “후보 교체 원해”).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골든크로스와 더불어 최근 여론조사상 유의미한 수치 변화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11%p까지 벌어진 이-윤 간 격차, 더 눈길 끄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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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공개된 12월 5주차 전국지표조사(NBS,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공동 조사) 속 주요 지표다.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11%p로 최근 골든크로스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불어 눈여겨 볼 것은 대선 당선 전망과 선거 인식이었다. 당선 전망은 이-윤 두 후보간 16%p까지 벌어졌다. 무엇보다 국정안정론이 정권심판론을 5%p 앞섰다는 점이 주목된다. 지난 12월 4주차 조사에서 당선 전망은 이재명 41%, 윤석열 32%로 9%p, 선거 인식은 국정안정론과 정권심판론이 42%로 동일했다.
또 12월 2주차 조사에서 당선 전망은 두 후보가 각각 39%로 동일했고, 선거 인식은 국정 안정론 42%, 정권 심판론 46%로 심판론이 4%p 우세했다. 즉, 대선이 69일 앞으로 다가온 지금 갈수록 윤 후보 및 국민의힘 지지가 힘을 잃고 ‘이재명 대세론’과 ‘국정 안정론’이 힘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와 관련,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과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은 아래와 같은 의견을 내놨다.
“정권심판론이 계속 우세하던 국면도 전환 돼 국정안정론 대 정권심판론이 45대 40으로 역전됐습니다. 정권심판을 해야겠는데 윤석열 후보로는 도저히 못하겠다는 민심의 반영입니다. 아직 이재명 후보가 안심할 수는 없는 상황. 언제라도 안심은 안 되지요. 앞설 때 튀어나가선 안됩니다. 자중하며 지지세를 다져야 합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
“여론조사 많이 나오는데, 오차범위 안도 여전히 많고, 무엇보다 우리 쪽이 올라가서 생긴 격차가 아니라, 대부분 상대가 내려가서 생긴 격차다. 우리가 40% 중반대로 올라가서 차이가 벌어져야 그게 진짜다. 일희일비할 때가 아니야.” (박태웅 한빛미디어 의장)
NBS 지표로 확인되는 유의미한 흐름
맞다. 여당 입장에선 일희일비 할 때가 아니다. 상승세는 분명하지만 이 정도 격차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다는 자중의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그럼에도 부인할 수 없는 것은 20대 표심의 변화다.
12월 5주 NBS 조사만 놓고 봐도 그렇다. 해당 조사에서 18~29세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27%, 국민의힘 17%, 정의당 5%, 국민의당 4%를 기록했다. 대선 후보 지지율은 더 극적(?)이었다. 이재명 후보가 26%를 기록한 가운데, 윤석열 후보가 10%, 심상정 후보가 9%, 안철수 후보가 14%를 차지했고, ‘없다’가 27%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또 당선 전망의 경우, 이재명 후보가 45%였고, 윤석열 후보는 16%였다. 당선 가능성만 놓고 보면, 18~29세 유권자들은 압도적인 비율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리라 예측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선거 인식의 경우, 국정안정론이 35%, 정권심판론이 41%로 60대나 70대 이상과 같은 보수 성향 표심과 궤를 같이 했다. 요약하자면, 윤석열 후보도 싫고, 이재명 후보를 대세로 인식하고 있지만 아직까진 기존 보수층과 마찬가지로 현 정권의 실정을 훨씬 더 크게 보고 있는 것이다.
앞서 펨코 내 달라진 여론을 언급한 건 그래서다. 윤석열 후보 교체론과 국민의힘 비판, 추미애 전 장관에 대한 달라진 평가 및 진보정권에 대한 경계라는 펨코 내 변화는 금번 NBS 조사에서 나타난 18~29세 지표와 일정 정도 흐름을 공유하는 것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추세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수 있을까. 그건 최근 지지율 하락과 함께 폭주 중인 윤 후보 및 분열 일로를 겪고 있는 국민의힘보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얼마나 더 청년층에게 다가가고 그들이 공감하는 정책을 개발하느냐에 달려 있지 않을까.
(이번 조사는 지난 27~29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명 대상 실시,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 응답률 28.3%,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성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