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에서 새시대준비위 수석부위원장으로 합류한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환영식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면 (윤석열 대선후보가) 그렇게 이야기하고 서로 소통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그게 민주주의의 기본이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사실 말하면 민주주의의 기본은 토론이거든요. 그러면 토론에 대해서는 왜 지금 조금 비판적... 그러니까 정해진 토론 또는 조건부 토론 이런 것들을 지금 이야기하시는 걸까요?” (김제동)

2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 대타 진행자로 나선 방송인 김제동이 물었다. 최근 국민의힘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에 전격 임명, 진보진영으로부터 숱한 질타를 받았던 신지예 부위원장을 향해서였다. 

시의적절한 질문이었다.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의 TV 토론을 기피 중인 가운데 지상파 방송에서 난색을 표한다는 보도까지 나온 마당이다. 신 부위원장이 “토론은 원래 법적으로 3회 정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본질을 피해가자 김제동이 재차 물었고, 그러자 신 부위원장은 “(윤 후보가) 그 외에 추가 토론에 대해서는 여러 고민들이 있으신 것 같아요”라며 윤 후보의 문제적 발언을 옮겼다. 바로 이렇게. 

“후보자님 발언으로는 대장동이나 이런 것들은 토론으로 풀릴 문제가 아니라 법적, 사법적으로 다퉈야 할 문제인데. 왜 전과 4범의 후보자의 대장동 문제까지 겹쳐 있는 이 상황에서 이걸 토론회 자리에서 올려야 하냐, 이런 비판도 주셨고요(...). 

지금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기 때문에 거기에다가 조금 더 힘을 실으시려는 것 같아요. 저도 좀 당당하게 토론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습니다만, 원래 사실 정치적으로 보면 지지율이 낮고 뭔가 부족한 후보자가 계속해서 토론을 하자고 하는 것이 정치계의 문법입니다.” (신지예)

그러면서 “원래 부족한 후보들이 토론을 더 요청하죠”라며 여론조사상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신 부위원장은 “지지율이 높은 사람들은 보통 토론을 하지 않습니다. 굳이 그걸 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토론을 못해서 피한다, 이거는 저는 오히려 기존의 정치 문법에서 보면 더 잘못된 프레임인 것 같고”라며 윤 후보를 두둔했다. 이에 대해 김제동은 이렇게 되물었다. 국민들의 궁금증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건 토론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오히려 알릴 좋은 기회 아닙니까? 예를 들면 거기에 문제가 있다면 문제가 있는 후보자에게 토론을 해서 그걸 밝히고, 그러면 오히려 그게 토론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호재 아닌가요?” (김제동)

윤석열의 거친 표현, 그걸 맞받아친 이재명의 침착함 

이미 각종 여론조사 지표 상 이 후보와 윤 후보 간 지지율 골든크로스가 이뤄졌다는 결과가 속속 발표되는 중이다. 김제동도 “지지율이 높아서 지금 토론하지 않는 쪽이 유리하다? 요즘 나오는 여론조사를 보면 초박빙인데요?”라고 되물을 정도였다. 윤 후보가 ‘지지율이 높아서 굳이 토론을 할 필요가 없다’고 여유를 부릴 시점이 아니란 얘기다. 

그럼에도 윤 후보와 국민의힘은 시종일관 토론 기피증을 대외적으로 자랑 중이다. 심지어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도 TV 토론을 통해 지지율을 올렸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윤 후보의 토론 기피증은 이제 자기 근거를 확립하며 가히 자가발전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토론은 싸움밖에 안 된다”거나 ‘정치 공작’ 운운하며 발언 수위를 높여 온 윤 후보는 급기야 28일 방송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선 대장동 수사 관련 공수처 수사를 거론하면서 이런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그러니까 이건 그야말로 혐의 사실이 아니라 지금 검찰의 또는 이 정권의 태도를 보면 이건 확정적 범죄라는 것을 스스로 자인하는 것인데 이런 중범죄, 확정적, 거의 다른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이런 후보와 국민들 앞에서 정해진 정도의 토론이 아니고 이걸 마치 미래 비전을 얘기하는 것으로써 물 타기하려는 이런 정치 공세적 토론 제의는 그걸 받아들인다는 건 야당 후보로서 좀 취하기 어려운 태도이기 때문에 말씀을 드리는 것입니다.” (윤석열 후보)

▲ <이미지 출처=KBS 화면 캡처>

진위를 파악하기 쉽지 않은 전형적인 윤석열 화법 가운데서도 도드라지는 것은 ‘중범죄(가) 확정적인 이재명 후보와는 토론이 어렵다’는 거센 표현 속에 확인되는 확고한 의지였다. 기존에 밝힌 대로 3번의 법정 토론만 고수하겠다는 의지 말이다. 

이처럼 거친 표현에 대한 이재명 후보의 대응은 의외로 차분했다. 29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이 후보는 “모욕적으로 받아들이십니까?”라는 진행자의 돌직구에 “(윤 후보가) 좀 당황하셨나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글쎄 거의 뭐라고 그럴까요.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는 분께서 좀 지나친 말인 것 같아서 저렇게까지 해야 될 상황인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라며 이런 답을 이어갔다.  

“원래 품격이라고 하는 게 있지 않습니까? 일국의 대통령이 되겠다는 유력후보,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가 있나 생각이 하나 들었고요. 하나는 역시 직업의 특성, 직업의 특성이 있지 않습니까? 예를 들면 어떤 사람은 자기 전공 분야로 세상을 보거든요. 평소에 했던 대로. 그 분은 특수부 검사 출신이잖아요. 단정하는 경향이 있죠. 내가 보면 딱 보면 알아, 이런 것도 있고요. 

특수부 검사들 특징 중 하나가 있는 죄도 만들고 없는 죄도 만들고 있는 죄도 덮어줄 수 있다고 믿는 무소불위 특권의식 같은 게 있습니다. 자기들은 다 할 수 있다, 누구나 털면 나온다, 이런 생각들이 있는데 저를 아무 근거도 없이 그렇게 표현하시는 걸 보면 특수부 검사의 묘한 평소의 특성이 나온 게 아닌가, 좀 걱정되긴 합니다. 토론도 거부하고, 이 토론 거부라고 하는 것은 민주주의 사회에 핵심 중 핵심인데 의견이 다를 수 있잖아요.” (이재명 후보)

▲ <이미지 출처=MBN 화면 캡처>

토론을 겁내거나 꺼릴 이유 없다는 윤석열 측, 그런데 왜?  

시작은 고도의 ‘돌려까기’였다. 하지만 차분한 어투 속에 결국 주특기는 숨기지 못했다. 돌직구 말이다. 윤 후보의 품격을 의심하는 동시에 품격도 없고, 특수부 기질 및 특권의식을 버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이 후보의 반문이다. 

이어 이 후보는 “특검도 해야 되고 토론도 해야 되는데 특검하면 토론을 하겠다 하면서 사실상 특검을 발목을 잡고 있거든요”라며 선특검 후토론과 같은 조건부 토론 승인을 들고 나온 윤 후보와 국민의힘 모두를 요령껏 비판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생각이 좀 다른 것 같다.  

“우리 국민들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를 그렇게 얕잡아 봤다가는 크게 후회할 것이다. 윤석열 후보도 경선 과정에서 무려 16번의 토론회를 거치며 검증 받아 국민과 당원의 선택을 받은 후보이다. 토론을 겁내거나 꺼릴 이유가 없다. 오히려 범죄의혹을 받고 있고, 비리 몸통으로 지목받고 있는 이재명 후보가 두려워해야 할 것이다.” (28일 권선동 국민의힘 종합지원총괄본부장)

말 한 번 잘했다. 윤 후보가 겁내거나 꺼릴 이유가 없다면 바로 토론에 응하면 그만이다. 이 후보는 특검도 받고 토론회를 통해 국민들 앞에서 모든 의혹을 명명백백 밝히겠다고 이미 수차례 천명한 바 있다. 아들 의혹 등에 대해서도 수차례 사과에 나섰다. 더 이상 윤 후보가 토론을 피할 명분이 희박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렇기에 더더욱 윤 후보의 ‘중범죄가 확정적인’과 같은 거친 표현이야말로 궁지에 몰리는 가운데 나온 당황스러움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마치 ‘내가 보면 범죄자인지 안다’와 같은 특수부 검사 기질을 버리지 못한. 

떳떳하면 토론에 즉각 임하시라. 국민들은 말 잘 하는 대선후보를 보고 싶은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철학과 의견을 본인 입으로 전달도 못하는 대통령을 피하고 싶은 것뿐이다. 말은 전부가 아니라 일부다. 그 일부도 못해 달아나는 대선후보를 그 어떤 국민이 신뢰하겠는가.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