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 흥행 속 군사법원법 통과…군 개혁은 가능할까

“힘들게 봤지만 너무 감사해요” 유족의 절절한 사연…군, 실질적 개혁 착수해야

“‘D.P.’의 인기몰이의 비결은 ‘사실성’이라는 게 시청자들의 평가다. 우리 군의 고질적 병폐로 지적되는 군대 내 가혹 행위와 폐쇄성을 현실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29일을 기준으로 국내 넷플릭스 콘텐츠 중 두 번째로 많이 스트리밍됐고 일본에서도 5위에 올랐다.” (지난달 31일 중앙일보 <“수통도 안 바뀌는데…” 그들에겐 드라마 아닌 현실이었다> 중에서)

“‘여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이야기’라는 군대 이야기인데다 병영 내 폭력이라는 한국 군대의 고질적 병폐를 정면으로 다루는 묵직한 작품인데도 공개 사흘 만인 지난 30일 국내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까지 올랐다. 특히 한국 사회 부조리 종합선물세트라 할 수 있는 군대를 직간접 경험한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사실적 묘사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1일 한국일보 <“다시 군대간 것 같았다” 탈영병 잡는 'D.P.' 에 열광하는 이유> 중)

▲ D.P.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 D.P. 포스터 <출처=넷플릭스>

이처럼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한국 드라마 <D.P.>가 화제몰이 중이다. 탈영병을 체포하는 헌병대를 이르는 ‘군무이탈체포조(Deserter Pursuit)’에서 실제 근무했다는 김보통 작가의 인기 웹툰 ‘D.P. 개의 날’(2015)을 원작으로 한 이 6부작 드라마는 유일한 분단국가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군필자 예비역들과 현역병들의 관심 속에 입소문을 타는 중이다. 

특히 자신의 과거 군복무 시절 경험담을 털어 놓는 군필자들의 글이 소셜 미디어와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서 관심 요소로 부각되는 중이다. <D.P.>가 드라마 속 탈영병은 물론 군대 내 병사들 간의 폭력을 적나라하게 묘사하면서 시청 후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렸다는 증언도 속속 올라오는 중이다. 그 중 어제(8월 31일) 김보통 작가가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어느 군 유족의 사연은 <D.P.>를 관람한 이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작가님 저는 전주에 사는 한 군유족이에요. 2021년도에 23살 하사였던 남편을 폭행으로 잃었어요. 그때 당시 아이들이 있었는데 4개월, 20개월이었어요. 홀로 키우며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 국방부와 지금까지도 소송하며 싸우고 있답니다. 

겨우겨우 재조사해서 순직되고 보훈처 혜택도 받고 있지만 지금 군인순직연금 소송 중에 판사가 재조사를 받아들이지 않아 1심 패소해서 엄청나게 좌절하고 항소 준비 중이에요. 그러던 중 디피라는 작품을 알게 됐고 우리의 내용 같아서 볼 자신이 없어서 고민하던 중에 그래도 소송중비 하면서 마음 다시 다잡아 보자하며 1화를 봤어요. 참 힘들게 힘들게 봤어요. 

그래도 작가님께 꼭 이말 전하고 싶었어요... 감사하다고... 작가님 너무 감사해요. 왠지 우리를 잊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감사했어요. 디피 많은 사람들이 봐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어요.”

해외로 뻗어나가는 <D.P.>, 군사법원법 개정안 본회의 통과시킨 민주당  

이같은 군 사망 사건 유족의 절절한 글에 김 작가는 “디피는 ‘이제는 좋아졌다’는 망각의 유령과 싸우기 위해 만들었다”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외로운 싸움을 계속해 나가는 분들에게 힘을 보탤 수 있길. 오늘도 어디선가 홀로 울고 있을 누군가에게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줄 수 있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하기도 했다. 

<D.P.>가 이처럼 관심을 끄는 것은 최근 해군과 공군에서 연이어 발생한 성폭력 사망 사건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D.P.>가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사병들 간의 폭력인 건 맞다. 하지만 이를 잉태하고 방치한 것 모두 우리 군의 전근대적인 상하 위계질서 및 지휘 체계와 상습적으로 벌어지는 사건의 은폐 및 축소에서 비롯됐다고 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27명 중 찬성 135명, 반대 63명, 기권 29명으로 통과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군사법원법 일부개정법률안(대안)이 재석 227명 중 찬성 135명, 반대 63명, 기권 29명으로 통과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그런 점에서 어제(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이 위계에 의한 성폭력 및 사망 사건 등 군대 내 갖가지 사건사고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통해 향후 군내 성범죄와 사망 사건을 군대 밖 수사기관이 수사하고 기소하며 일반 법정이 재판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인 민주당 박주민 의원의 설명은 이랬다. 

“지휘관이 수사, 기소, 재판까지 좌지우지하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잘만 덮으면 됐던 겁니다. 회유하고, 수사를 막고, 안 되면 불기소를 하고, 그것도 안 되면 재판에서 솜방망이 판결을 하면 되니까, 그랬던 겁니다.

법안 심사 과정에서 구조가 아니라 사람의 문제라며 지금의 체계를 옹호하는 의원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이 바뀌어도 문제가 반복된다면, 육해공 가리지 않고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그건 구조의 문제입니다.” (31일 박주민 의원)

‘타협의 산물’이란 한계, 우리 군을 신뢰할 수 있을까   

해당 법안을 ‘개혁 코스프레’ 법으로 일갈한 정치인도 물론 있었다. 정의당 심상정 전 대표였다. 지난달 30일 심 전 대표는 “‘평시 군사법원 폐지’는 노무현 정부의 지론”이었다며 운을 뗀 뒤 민주당이 이날 상정한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19대 국회 때 윤 일병 사건 이후에 설치된 국회 군인권 특위에서 여야 합의로 채택된 결의입니다. 평시 군사법원 폐지와 비군사 범죄를 민간으로 넘겨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의 80%가 요청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군 기득권 편에서 사실상 ‘군사법원 존치안’을 내놓았습니다. 성폭력 범죄와 군 사망 사건만, 그것도 1년 후에 민간으로 넘기자는 것입니다. 명색이 개혁정당을 자임하는 여당이라면 적어도 여야가 합의한 원칙까지 후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상정해야 할 법안은 ‘군사법원 존치안’이 아니라 ‘평시 군사법원 폐지안’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참여연대와 군 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도 공동성명을 통해 “평시 군사법원 폐지와 군검찰의 기소권 및 수사권, 군사경찰의 수사권의 완전한 민간 이관”을 촉구한 바 있다. 

박 의원 역시도 법안 통과 직후 “이 개정안 역시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타협의 산물”이라며 미진함을 인정해 눈길을 끌었다. “평시 군사법원을 완전히 없애자는 의견과 순수한 군사범죄를 제외한 모든 사건을 민간으로 넘기자는 여론도 상당히 높았습니다. 저 역시 동의합니다”라면서도 “그럼에도 예민한 군사범죄는 군사법원에서 다뤄야 한다는 요구를 일정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라며 이렇게 덧붙였다. 

“‘군사법원을 유지할 이유가 과연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제 전적으로 군의 변화에 달려 있습니다.”

▲ D.P.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MV 영상 캡처>
▲ D.P.의 한 장면 <이미지 출처=넷플릭스 MV 영상 캡처>

‘타협의 산물’이라는 금번 군사법원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군대 내 폭력 사건을 근절하는 ‘더 나은 내일’을 만드는데 부족하다는 중론을 국방부는 과연 겸허히 받아들이고 변화를 모색할 수 있을까. 

군이 실제 변화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평시 군사법원 폐지’ 등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지 않은 민주당으로 비난의 화실이 돌아갈지 모를 일이다. 정의당을 비롯해 법안 재개정 움직임도 재차 시작될 것이고. 

끝으로, <D.P.>가 주목을 받고 해외 시청자들에게까지 관심을 끌면서 현직 군 관계자들이 곤혹스러움을 표시한다는 보도가 잇따른다. 군 관계자들이 군대 내 폭력이 적나라하게 표현된 드라마가 한국군의 어두운 면을 해외에까지 까발리는 것이 아닌지 내심 걱정을 한다는 설명이었다. 

신경 끄시라. 그리 군 이미지 관리에 몰두할 시간에 군을 바꿔 보고자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실질적 개혁에 착수하는 것이 먼저다. <D.P>의 교훈도 다르지 않다.  

하성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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