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중재법, 레거시 미디어들 쏟아지는 반발 딛고 본회의 통과할까
“국민의힘이 문제 삼고 있는 가짜뉴스피해구제법을 제대로 살펴보면 허위조작보도로부터 피해를 입은 국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이며, 언론의 진정한 자유를 지키기 위한 법입니다. 대다수 국민은 찬성하는 반면, 특정 정당과 의무와 책임이 있는 행위 주체인 일부 언론사만 극렬히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의 근거 없는 주장과 절차 없는 생떼로는 절대 언론개혁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19일 더불어민주당 한준호 원내대변인은 <후안무치한 농성정치로는 언론 개혁을 막아설 수 없습니다>란 논평에서 국민의힘을 향해 “정당하게 상임위에서 적법한 절차대로 논의에 임하시면 됩니다”라고 일갈했다.
앞서 이날 오전 국민의힘 의원들 다수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장 앞에서 항의 시위를 진행하고 상임위장에 돌입한 것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원내대변인은 “국회선진화법 위반일 뿐 아니라 방역수칙 위반”이라며 “입법기관인 국회가 앞장서서 법과 수칙을 위반하는 행태가 국민께 참으로 부끄럽습니다”라고 평하기도 했다.
반면 규탄 시위에 나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상임위원장 임기가 새로 시작되기 전에 민주당에서 언론중재법을 강행처리하겠다는 것은 합의문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합의정신을 깨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기현 원내대표 또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언론에 재갈 물리는 법안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힌 뒤 “안건조정위에도 의장 맡은 이달곤 간사가 국회 경내에 대기했음에도 안건조정위를 일방적으로 처리했다”며 절차적 무효를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민의힘의 강한 반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이날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열고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민주당 및 열린민주당 의원들은 기립 표결을 통해 법안을 통과시켰고, 그 과정에서 법안을 발의한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이 캐스팅보트(재석 16인 중 민주당 8명, 열린민주당 1명 찬성)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정안이 문체위를 통과함에 따라 애초 8월 말 법안 본회의 통과를 예고했던 민주당이 잰걸음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해당 개정안을 오는 24일 법사위에 이어 25일 본회의까지 한걸음에 처리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일부 독소조항 삭제, 언론계 반발 잠재울까
“안건조정위 심사과정에서는 그간 논란이 된 ‘고의·중과실 추정 기준’을 수정했다. 보복·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로 피해를 가중하는 경우, 허위보도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힌 경우, 정정보도·추후보도가 있었는데도 정정보도·추후보도 관련 기사를 검증절차 없이 인용보도한 경우, 기사 내용과 다르게 제목이나 시각자료를 조합해 기사를 왜곡하는 경우 등을 고의 중과실의 기준으로 정했다.
손배 관련해서는 고위공직자 등 정치·경제·행정권력자들이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없도록 했고, 언론사 매출액 1만분의 1에서 1000분의 1을 곱한 금액 등을 고려한다는 부분을 ‘언론사 등의 사회적 영향력과 전년도 매출액을 적극 고려하여’로 수정했다. 기사열람차단이 청구된 기사에 대해 해당사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한 조항이나 언론사가 기자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게 한 조항 등은 삭제했다.”
이날 <미디어오늘>의 <국회 문체위 ‘언론중재법’ 통과에 ‘입법 독재’ 반발 국민의힘> 기사 중 일부다. 이처럼 야당과 현업 언론단체 등이 지적한 일부 독소조항을 수정한 가운데 통과된 언론중재법은 그간 여당의 속도전과 일부 독소조항 등에 대한 비판에 직면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이 포함된 법안 자체를 극렬하게 반대해 왔고, 정의당 또한 최근 언론단체와 궤를 같이 하며 “언론중재법은 언론재갈법”과 같이 보수야당과 다를 바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상무위원회의에서 “언론을 중재할 것이 아니라 입법 폭주하는 민주당을 중재해야 할 형국”이라며 “언론개혁에 대한 사회적인 합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국회 특위 구성을 촉구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조국 전 장관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천신만고 끝에 검찰개혁법안에 이어 언론개혁법안이 통과되었다. 영미법 국가에서 다 운용하고 있는 제도를 도입하는 것으로, 오랫동안 학자로서 도입을 주장해왔다”면서도 조금 다른 견해를 제시했다. 바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와 관련한 제안이었다.
“단, 나는 이 제도가 도입되면 형법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대폭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특히 (1) ‘공적 사안’ 관련한 ‘공인’ 대상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완전히 비범죄화하고, (2) 출판물 등에 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제309조)에 대해서도 제310조가 적용되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도록 하고, (3)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법정형에서 자유형을 삭제해야 한다. 민주당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자체를 폐지하는 법안이 제출되어 있는 것으로 안다.”
그리고, 여야 합의로 통과된 종부세 완화 법안
“의회민주주의 실종”(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이란 격한 반응부터 “기존 법안의 무게 중심을 ‘중재’에서 ‘피해구제’로 이동”(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했다는 주장까지. 이처럼 일부 독소조항을 제거한 민주당의 언론중재법이 레거시 미디어들의 쏟아지는 반발을 딛고 무사히 본회의를 통과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편 이날 오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 또한 종부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격한 대립과 달리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합의를 통해 1주택자 추가공제액을 3억에서 5억으로 상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기본소득당 용혜원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이번 합의안은 종부세 2% 부과 안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안이었고, 오로지 관심사는 대선을 앞두고 서울민심 달래는 것 뿐이었다는 것을 더불어민주당 스스로가 인정한 꼴”이라며 집권여당을 향해 이런 쓴소리를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보다 앞서 종부세 완화를 주장했던 국민의힘의 비아냥까지 들어가면서 통과시킨 이번 종부세 완화 개정을 통해 ‘버티면 이긴다’는 확신을 투기세력들은 갖게 되었을 겁니다.
작년 8월 부동산 3법을 통과시킨 지 고작 1년 지났습니다. 부동산 3법에 따른 종부세 고지서 한 번 보내지 못했습니다. ‘토지보유세’, ‘토지공개념’을 이야기하는 대선후보 캠프에 소속된 기재위 여당 위원이 14명 중 7명입니다. 국회에선 앞장서서 종부세 무력화시키면서 대선에선 토지공개념 실현하고 토지보유세 도입하겠다는 게 부끄럽지 않으십니까?”
민주당 대선경선 후보들의 공약과 종부세 완화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은 개혁성향 국민들도 납득할 만한 일침이 아닐 수 없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윤 원내대표는 “1세대 1주택자 종부세 부과 기준을 현재 9억 원에서 공시가격 기준 상위 2%대로 기준가격을 변경하면 조세에서도 달라진 부동산의 현실이 반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민주당은 오는 25일 본회의 상정을 위한 상임위 법안들의 조속 처리를 천명한 바 있다. 고등학교 학점제 도입의 근거를 마련하는 초중등교육법과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기초학력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초학력보장법 등 코로나19 관련 교육현안 법안 등 처리할 민생법안들이 다수 산적해 있다는 설명이었다.
언론중재법부터 종부세법 개정안까지 국민들의 실제 반응들이 엇갈릴 만한 법안들이 적지 않은 가운데 송영길 체제의 민주당이 밀어 붙인 법안들이 향후 국민들에게 어떤 반응을 끌어낼지, 그 결과 대선경선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하성태 기자
